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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대한민국 여성검사와 여성노동자의 처지
2018-02-08 06:00:00 2018-02-08 06:00:00
구태우 산업1부 기자
서지현 통
영지청 검사의 성폭력 폭로는 시민의 눈 높이에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 자리에는 동료 검사도 있었고, 심지어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까지 있었다. 시민 뿐 아니라, 기자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식은땀이 났을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선배 검사가 여성 검사를 버젓이 성추행했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위해 술잔도 부딪히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말이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건 성폭력의 피해자가 검사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검사'라는 말이 생경하지 않은 건 검사 개인이 곧 사법기관이기 때문이다. 검사는 법의 집행자인 살아있는 권력이다. 재벌 총수도 검사 앞에서는 작아진다. 그런 검사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대상화가 됐다니 충격적이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바닥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 검사의 말에 따르면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의 문법을 똑같이 따르고 있다. 피해자가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고, 회유를 가장한 사과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피해자는 전보 조치를 받는다. 가해자는 성폭력 사실을 기억이나 하는지 모를 정도로 일상적인 삶을 산다. 서 검사는 "지난 8년간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매일 밤 가슴을 쥐어뜯었다"고 고백했다. 남성인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일이지만, 여성에게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직장 내 성폭력만큼 성차별 또한 심각하다. 7일 반도체 제조업체인 KEC의 여성노동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처우와 승진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KEC의 임금테이블은 'J1, J2, J3, S4, S5'로 구성돼 있다. 여성 노동자는 J1부터 시작하지만, 남성 노동자는 J2에서 시작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여성 노동자는 S등급까지 승진한 적이 없지만, 남성 노동자들은 입사 7년 만에 S등급으로 승진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여성 노동자는 근속 30년을 채웠지만, J3 등급이다. 여성 생산직 노동자에게 S등급은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이었던 셈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결혼한 여직원을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해 논란이 됐다. 이 회사의 기혼여성 비율은 5%가 안 된다고 한다. 2016년 금복주는 기혼 여성에게 퇴사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또한 남성인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외면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일상이자 곧 현실이다. 
 
미투(#metoo) 운동은 전혀 새롭지 않다. 2011년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의 여성 노동자 A씨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산재가 인정됐다. 남성 직원은 A씨에게 "나는 밤새 해도 끄덕없다"고 음담 패설을 했다. A씨는 2년여 동안 성희롱을 참은 뒤 폭로했다. 그러나 회사는 되레 내부문제를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A씨를 해고했고 그는 200일 동안의 노숙농성 끝에 1년4개월 뒤 복직했다.
 
나는 남성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겪지 않고 직장생활을 해왔다. 정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되묻고 싶다. 그리고 이건 일부 여성의 사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남성은 피해자가 될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남성이 '젠더 권력'일 수밖에 없다. 
 
구태우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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