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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괴물이 된 법비(法匪)들
2018-02-08 06:00:00 2018-02-08 06:00:00
권력은 욕망을 부른다. 스스로는 도저히 제어가 어렵다. 그치지 않는 욕망은 더 큰 욕정을 부르고 그 충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 사람을 쉽게 망가뜨려 왔다.
 
그러니 인류 문명이라는 건, 그리고 역사라는 건 대부분 그 권력이 저지른 일과 그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사람들이 머리를 짜낸 결과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이라는 동물은 여전히 권력을 향한 욕망을 떨치지 못했다. 저 수많은 시간 동안 우리가 숱하게 겪었던 어이없는 곡학아세와 지록위마의 현실들은 이미 너무도 차고 넘치는 일이어서 다시 주워섬기기도 부끄럽고 지겨울 정도니.
 
권력이 주는 달콤함은 마약과 같다고 한다. 마약에 도취되어 다른 이들에게 마약을 나눠주며 지배하고 스스로의 인격도 파괴되는 것이 베낀 듯 똑같다. 뇌과학자들의 연구결과로 권력자의 뇌는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권력을 가지면 호르몬이 변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권력을 맛본 이들이 한없이 추해지는 장면이 그리 낯설지 않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 더러운 현실을 목격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권력으로부터 비롯되는 일이니 사람을 함부로 하는 게 권력자의 당연한 자세라 생각한다. 그러니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특히 본능과 욕망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
 
성폭력이란 욕망의 범죄라기보다 권력의 범죄다. 그러니 스스로 ‘잘 나가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연약하고 힘 없는’ 후배는 한낱 노리개에 불과할 뿐이다. 범죄를 처단하고 정의를 세운다는 대한민국 검사가 세상을 떠난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 역시 검사였던 법무부장관과 함께 앉아 후배 검사의 몸을 더듬고, 행한 검사는 승승장구하며 떳떳하되 당한 검사는 하염없는 추락 속에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현실이 드러났다.
 
기소를 하라고 설립된 기관이 수사를 독점하고, 나아가 형 집행권한까지 독점하며 상급기관인 법무부마저 식민지로 만든 결과, 갖은 거래를 통해 정치권력과 공생하는 최대 최고의 권력집단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검찰의 민낯은 그래서 더 추하고 섬뜩하다. 권력의 오남용을 통해 수많은 이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던 역사, 권력을 앞세워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정치인들에게 굴종하며 자신들의 이득을 최대화하던 역사가 돈과 욕정을 향한 타락으로 이어지니 정말 바닥이 없다.
 
수년간 한없는 수치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온 피해자에게 “왜 이제 와서 그러나”, “다른 뜻이 있는 게 분명하다”며 독설을 퍼부어대는 다른 검사가 있고, 함께 싸워주겠다면서 “피해를 당했으니 서울로 발령 내 달라, 대검 보내 달라, 법무부 보내 달라 등의 요구를 하신다면 도와드릴 수 없다”고 의도가 뻔한 사족을 덧붙이는 여검사를 보면, 저런 이들과 저런 이들이 속한 집단에 운명을 맡긴 채 하루하루 초조함에 잠을 못 이루는 수많은 피의자들의 미래가 그저 걱정스러울 뿐이다.
 
하긴 조직의 폭력적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버린 한 검사를 추모하는 글은 쉽게 찾기 어려웠지만, 수사를 방해하는데 앞장섰다는 혐의를 받던 한 검사의 영전에는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수많은 조사와 탄식이 오가는 것을 볼 때, 우린 이미 저 집단의 속성을 알고도 남았던 것인지 모른다.
 
그 뿐인가. 자신의 뜻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연구모임의 와해를 주문한 대법원장이 있고, “판사 뒷조사를 한 파일이 있다”고 했으면서 거짓말로 일관한 고위 법관이 있다. 그걸 들어 블랙리스트라 명명하더니, 이제 와서 뒷조사를 넘어 사찰에 이르는 파일이 드러나자 블랙리스트는 아니지 않냐며 오히려 눈을 부라리는 형국이 계속된다.
 
하긴 돈 앞에 모든 것을 걸었던 희대의 정치 사기꾼에게 국정원의 특수자금을 갖다 바치고, 국정은 팽개친 채 사사로운 인연만을 최고로 앞세워 뇌물을 거두어들인 권력자가 있음에도 공여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법률가들의 역할이니 더 말해 무얼 할까.
 
참담하다. 법률기술자와 법비(法匪)들이 어우러져 정의를 이토록 망가뜨렸으니 세상의 하수구가 무얼 덜어낼 수 있을까. 권력의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며 변태한 괴물들이 도처에 출몰하니 더욱 부끄럽다. 가녀린 마음을 딛고 선 용기로 터뜨린 봇물은 이제 모든 잡것들을 쓸어내야 한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호통치며 훈계까지 해 왔단 말인가.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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