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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삼킨 새우 호반 '승자의 저주' 우려…업계 빅3로 '우뚝'
양사 시평액 10조 시너지 전망…대우건설 독립경영 가능성↑
2018-01-31 16:28:49 2018-02-08 17:14:40
[뉴스토마토 조한진 기자]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 ‘13위’ 호반건설이 ‘3위’ 대우건설의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31일 대우건설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다. 인수 가격은 1조6242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배가량 몸집이 큰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호반건설 매출이 1조2000억원인 데 비해 대우건설은 10조9857억원이다.
 
호반건설 본사 사진/호반건설
 
정밀 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잡음이 조기에 진화된다면 호반건설은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수합병 시작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김상열 회장의 승부수가 호반건설을 ‘제2의 창업’으로 이끄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는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시너지를 발휘할 경우 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이유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최종 성공하면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양사의 2017년 시공능력 순위를 살펴보면 대우건설(8조3012억원)이 3위, 호반건설(2조4521억원) 13위다. 두 회사의 시공능력을 합칠 경우 10조원 이상이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시공능력평가액이 10조를 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16조5885억원)과 현대건설(13조7106억원) 뿐이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의 시너지가 극대화 될 경우 현대건설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물론, 사업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호반건설은 ‘호반베르디움’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건설사다. 토목사업, 임대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지만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크다. 전국 각지에서 택지지구 아파트 사업에 성공하며 규모를 키웠으나해외 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우건설은 주택사업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종합건설사다. 플랜트와 토목과 원자력발전소 시공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국내 대형건설사 중 원전 시공능력을 보유한 업체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정도다.
 
아울러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에서도 주류 시장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남권과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은 중견건설사들이 진입 장벽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조합과 수요자들의 브랜드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와 ‘써밋’ 등의 브랜드를 앞세우면 정비사업 경쟁력이 대폭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사업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항상 진정성을 가지고 성실히 임해 왔는데 합리적인 입찰 가격과 조건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딜이 성공한다면, 국가기간산업을 책임지는 대표적 건설기업인 대우건설이 호반건설의 강점인 자금력 관리능력 등과 결합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그러나 업계 한편에서는 호반건설이 과거 금호의 전철을 밟은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2006년 금호는 6조6000억원에 지분 72.1%를 확보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대주주로 올라선 금호산업의 자산이 2조원대에 불과했던 반면 대우건설의 자산은 6조원이 넘었다. 향후 유동성 문제 등이 불거질 경우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의 공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두 회사의 문화 차이를 무시할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우건설 노조 등의 반발이 적지 않은 가운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과의 협업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는 데 적지 않은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과거 금호가 대우를 인수 했을 때도 조직을 아우르는 데 문제가 있었다”며 “프라이드가 강한 대우건설 조직이 호반건설의 경영 방침 등을 어떻게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확보해도 두 조직을 조기에 합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독립경영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시간을 두고 시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를 당장 한 덩어리로 묶어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호반건설은 기존 조직과 대우건설의 분리경영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회사 관계자들이 대우건설에 조직 문화와 맨파워를 높이 인정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미래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한진 기자 hj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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