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12년, 지금은 '통합한다, 안 된다'로 한참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정치인이 이런 화두를 던졌다. '우리의 심정과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통계가 자살률과 출산율이다'. 자살률은 이 땅 위의 절망을, 반대로 출산율은 희망을 상징했는데 둘 모두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었다. 흔한 통계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우리의 상황을 간명하게 보여줬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6명으로 2012년 28.1명에 비해서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은 그대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도 2012년 1.3명에서 2016년 1.17명으로 떨어졌다.
현재 삶에 '매우 만족'한다거나 '약간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2013년 34.1%에서 2015년 33.3%, 2017년 29.7%로 떨어졌다는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까지 보면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절망은 그대로고, 희망은 더 멀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는 판단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인지 올해 들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원년'이라는 말이 남의 얘기인 듯크게 와닿지 않는다. 몇 년 만이라는 3%대 경제성장률 달성도 긴가민가 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정부의 목표가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자체가 아닌, 그에 걸맞는 삶의 질 개선에 있다는 점에서 반가움이 더 크다. 정부는 주거, 소득, 고용, 건강 등 많은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을 약속하고 있다.
'내가 제일 힘들다'는 푸념이 넘치는 일과지만, 가끔 '요즘 행복하다'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회사가 단축근무를 시작해서 5시에 퇴근하게 됐는데 지하철이 붐비지도 않고, 심지어 자리에 앉아서 집까지 갈 수 있다'는 고백이다. 책 읽는 걸 좋아했던 친구는 '취직하고 나니까 이제 도서관에서 안 빌리고, 서점 가서 사서 볼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사소한 행복이지만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1시간 빠른 퇴근은 근로시간 단축, 책 살 돈은 청년실업 문제로 연결된다. 다행히 정부가 삶의 질 개선이라는 큰 목표 아래 개선해보겠다고 나선 주제들이다. 삶의 질 향상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래서 정책의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며칠 전 2022년까지 자살률을 17명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자살예방 대책이 발표됐다. 너무나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평이 많아 보인다.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지는 않겠지만, 마련되고 있는 정책들이 개개인의 삶의 잘 뿌리내려 올해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는 물론 이 땅 위의 절망이 조금은 사라지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한고은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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