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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폐쇄? 인류 공동의 혁신기술 말살 하는 길"
가상화폐 전문가들 "정부, 전문성 없이 졸속 대응" 반발
"4차산업혁명 발전에 찬물…시대착오적 발상"
2018-01-11 17:19:11 2018-01-11 17:19:11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를 전면 폐쇄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에, 국내 블록체인 전문가들과 시장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뒤쳐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11일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교수)은 "국내외 현실을 모르는 졸속 정책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법을 만든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시중에 떠도는 말만 믿고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무부가 한 달 만에 얼마나 관련 조사를 했는지, 관련 전문가들과 해외 관련 법안 사례는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대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이날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해 언급한 '김치 프리미엄'과 '사행성'(도박) 지적에 대해서도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박 장관이 지적한 사행성이라는 대목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같은 논리로 보면 주식시장도 비슷한 투기 문제가 있는데 가상화폐거래소만 사행성을 부추긴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도 "법무부의 이번 결정이 자칫 4차산업혁명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와 상관성이 없다는 박 장관에 발언에 대해서도 "4차산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발언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JP모건 등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송금서비스를 하는데 가상화폐인 리플을 활용하고 있다"며 "여기에서 리플이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면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운영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를 활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전면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투자자보호와 안정적인 가상화폐거래를 위해 정부가 가상화폐거래소 등록제를 실시해 기존 50여개 업체중 자격요건에 맞는 11개 업체만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 결과 투자자보호와 개인정보유출 방지 등 대부분의 문제점이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권전문가는 "가상화폐 규제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무부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은 가상화폐의 가치를 오히려 높이게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말만 앞세워선 안된다"며 "관치가 아닌 시장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업체들 역시 이번 법무부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코인원 측 관계자는 박 장관의 도박개장죄에 대해 "현재 과열을 염려하는 관계 금융 당국의 의견에 따라 건전하고 안정적인 시장환경 구축을 위해 마진거래를 중단한 상태"라며 "도박과 가상화폐 거래를 동일 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답했다. 빗썸 측도 "마진 거래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박장관이 거론한 도박개장죄와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국에서는 (무려) 법무부가 인류 공동의 혁신적 기술을 분서갱유 & 적기법식으로 말살 시도했다는 사실이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며 "아마 10년만 지나도 이런 사실 얘기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아 여기 남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감독원장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도 쏟아졌다. 한 청원글 작성자는 "시대 흐름 상 가상화폐는 4차 산업혁명이 맞다고 판단되기에 투자를 하는 것이지, 마구잡이로 하는 게 아니다"며 "정부는 정상적인 투자자들까지 불법 투기판에 참여한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의 가상화폐거래소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전문가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전광판 모습.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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