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일자리 안정자금' 현장 홍보나선 홍종학 중기부 장관
"고용자체가 어려워" 불만 토로 의류제조 소상공인들
"중국 제품 국내산으로 라벨 갈이 단속강화" 등도 요구
입력 : 2018-01-11 17:35:28 수정 : 2018-01-11 17:35:28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정책이 너무 빨리 변해서 당황스럽긴 하다. 최저임금이 너무 빨리 올라가고 있다. 다행히 정부 지원이 좀 나와주니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지만 걱정은 이게 한시적이라는 점이다. 올해만 (일자리 안정자금을) 주고 내년부터 안 주면 어떻게 감당을 할까 하는 문제가 있다. 솔직히 걱정이 태산이다. 창신동 외에 응암동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공장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는 폐업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지원을 지속적으로 계속해준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의류제조 경력 32년의 한성화 에이스 대표
 
"4대보험 가입 근로자는 한 명인데 (임금이 이미 높아) 최저임금 인상 관련 대상자가 아니다. 가끔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와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데 4대보험 가입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람이 있다가도 일이 없으면 가버리는데, 지금은 사람도 없고 일도 없다. 복합적으로 문제들이 맞물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용보험을 해준다고 해도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적으로 가입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의류제조 경력 30년의 천명관 라라패션 대표
 
1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창신동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의류제조 소공인들을 만나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애로사항에 대해 듣고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독려했다. 홍 장관은 "3조원이라는 돈이 서민 경제에 직접적으로 들어간 경우는 거의 없다. 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어려운 가운데 근로자 임금을 높이지 못해 안타까운 경우가 계셨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다. 4대보험 가입 또한 노동자들에게 좋은 제도인데 정부 제도로 인해 가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 소공인들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다소 망설이는 분위기였다.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금 지원의 조건인 4대보험 가입을 정부에서 90% 가량 지원해준다는 데에 대해선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홍 장관은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한 번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전국을 다니면서 알리겠다"고 말했다.
 
창신·숭인동 의류제조 집적지는 동대문 의류 도·소매시장, 원·부자재상가와 함께 패션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의류제조업체 1250개사 밀집해 있다. 이 중 658개가 사업자등록을 한 상태이며, 평균근로자수는 3.25명으로 비상근 근무형태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의류제조 소공인 특화센터에 따르면 사업자등록 업체 가운데 4대보험 가입자를 고용 중인 업체비율은 60~70%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홍 장관은 에이스(2016년 매출 16억6000만원, 4대보험 가입 근로자 2인), 이브랑(2016년 매출 9000만원, 4대보험 가입 근로자 1인), 유진사(2016년 매출 1억원, 4대보험 가입 근로자 1인), 라라패션(2016년 매출 2억원, 4대보험 가입 근로자 1인) 등을 직접 방문해 현황을 살폈다.
 
홍 장관은 일자리 안정자금과 4대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이곳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논하기에 앞서 고용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지역 업체들이 고용하고 있는 숙련공은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대상자가 아닌 30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60~7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들 외에 비숙련공을 고용할 때다. 일이 들어올 때마다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이들은 4대보험 가입으로 유도하기도 쉽지 않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4대보험 가입을 강제할 수 없는 데다 일감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업체로서도 비숙련공의 지속적인 고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곳 상인인 한성화 에이스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분으로 정부에서 13만원을 보전해주면 올라가는 봉급만큼은 충분히 감당될 것 같긴 한데, 걱정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게 지속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또 우리 업종의 특성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식당하시는 분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밥값을 1000원 정도 올리면 되지만 저희 임가공하는 업체나 편의점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동대문 제조업의 성장과 부흥을 위해선 우선 불법 행위부터 단속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최근 동대문 상권에서 중국산 제품이 이른바 '라벨 갈이'를 통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아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표는 "이게 계속 지속되면 봉제산업에서 제조공정이 머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며 "단속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살 길이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라벨 갈이'는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중기부에서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범법행위라는 걸 명확히 알리는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이날 현장 방문 외에도 당분간 매주 각 지역의 소상공인을 찾아가며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임대료 인상 억제 ▲카드수수료 7월 추가 인하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소상공인 전용카드 발급 등의 지원으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홍 장관은 "일자리 안정자금이 올해 3조원 풀리는데 중기부에서 세운 대책까지 더하면 1조원이 추가된다. 4조원 되는 돈이 서민경제에 직접적으로 가는 경우는 없던 일"이라며 "서민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 최저임금 대상자들이 동대문 시장의 물건을 사지 않겠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도 좋고, 노동자들도 좋은 상생의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1일을 '일자리 안정자금 집중 홍보의 날'로 정하고 서울 창신 의류제조 소상공인특화센터를 방문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독려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사진 왼쪽부터 천명관 라라패션 대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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