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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는 임신 막는 피임상식
청소년 피임실천율 절반 그쳐…체계적 성교육 필요
2017-12-06 06:00:00 2017-12-06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잘못된 피임 상식을 가진 경우가 적잖다.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여성의 건강을 위해선 피임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대목동병원의 도움말로 피임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은 약 50%에 그쳤다. 98%에 이르는 미국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 대비 낮은 수치다.
 
첫 성관계 나이는 평균 13.1세로 조사 이래로 가장 낮았다. 임신을 경험한 여학생 10명 중 7명은 인공임신 중절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점차 개방되고 있는 성 문화와 달리 성 지식과 피임 실천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이사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건강한 여성재단 사무총장)는 "청소녀의 피임 실천율이 여전히 절반에 그친 데에는 정확한 피임 지식, 즉 효과적인 피임 방법의 종류와 피임의 중요성, 올바른 피임 기구 사용법, 원치 않는 임신에 대처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대안들이 성교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데에 있다"며 "성관계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점, 불법 음란물을 통해 잘못된 성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쉽게 노출된 점 등의 현실을 반영해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임 실패율이 높은 피임법을 실천하면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4년 성의학저널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성관계 시 피임을 실천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실천하는 피임법으로 체외 사정(58%)이 가장 높았다. 월경 주기법(17.7%)이 그 뒤를 이었다.
 
성관계 후 여성의 질 밖에서 사정하는 체외 사정법과 배란일을 피해 성관계를 하는 월경 주기법은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성관계 중 사정 전이라도 남성 성기의 분비물에 포함된 정자만으로도 임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자는 여성의 생식기관 내에서 1주 이상 생존이 가능하므로 배란일이 여러 원인으로 불규칙적으로 변한 경우 효과적인 피임 방법이 될 수 없다.
 
현재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다 확실한 피임법을 실천해야 한다. 효과적인 피임법에는 매일 먹는 경구피임약 복용, 5년간 유효한 자궁 내 장치, 3년간 피임 효과를 내는 피하 이식형 피임제, 3개월마다 피하주사를 맞는 피하주사법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한시적 피임법뿐만 아니라 더 이상 임신을 원하지 않는 경우엔 난관 결찰 혹은 정관 결찰 등 불임 수술과 같은 영구적 피임법도 고려할 수 있다.
 
경구피임약은 피임 효과뿐 아니라 규칙적인 생리 주기, 생리통 감소, 생리양 조절, 비정상 질 출혈 등에 도움이 되는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일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의 효과적인 피임을 위해 자궁 내 장치, 피하이식형 장치 등 방법들을 권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 산모 또는 배우자에게 유전학적 질환이 있는 경우 등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인공임신 중절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인공임신 중절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위험한 시술이기 때문에 되도록 이러한 상황에 이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임신 중절로 인한 합병증에는 하복부 통증부터 자궁내막염, 자궁 천공, 자궁 내 유착, 자궁 경부 무력증 등이 있을 수 있고 심한 경우 습관성 유산, 난임 더 나아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시술했다는 상황과 신체적 고통으로 죄책감, 우울감, 자살 충동 등 심리적인 문제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피임은 여성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사라 교수는 "다양한 피임법이 존재해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피임법을 실천해야 한다"며 "골반염뿐 아니라 HIV 감염, 자궁 경부암의 원인인 HPV 감염 등의 성매개 감염도 함께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피임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피임법들과 콘돔을 함께 사용하는 이중 피임법(Dual method)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예기치 못한 성관계로 인한 문제나 성 건강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때는 전문상담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 중인 여성 긴급 전화 '1366'에서는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 구제를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 상담 전화 '1388'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 또는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여성 건강을 위해선 피임지식을 올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성관계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체계적인 피임 교육도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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