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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예산정치,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2017-11-23 06:00:00 2017-11-23 06:00:00
중소벤처기업부가 드디어 선장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95일, 중기청에서 부처로 승격한 지 118일만이다. 새 정부 초기 내각 구성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장관이 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임명된 당일 국무회의를 시작으로 업무에 본격 돌입했다.
 
초대장관 임명을 두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 업계는 대부분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소득주도 경제성장의 핵심 부처로 중기부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선장역할을 할 장관을 찾지 못해 오랫동안 본격적인 정책 시동을 걸지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종학 신임장관에 대한 사적 논란거리가 일부 있었지만 현행 법제도 하에 문제될 것이 없는 만큼 사소한 흠결은 덮고 이제 현안에 집중하자는 게 업계의 전반적 분위기다.
 
중기부는 국내 기업수의 99%가 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아우르는 부처다. 그만큼 업계의 이해관계와 요구사항도 가지각색이다. 그래서인지 그간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업계의 호불호 표현은 꽤나 선명한 편이었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등 업계마다 각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는지,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현안을 말끔히 처리해주는 대변자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며 후보자를 적극 지지하거나 반대했다. 낙마한 직전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이번 홍종학 장관에 대해서도 지명 초반 각 업계는 입장을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11월 초순을 넘기고 홍종학 장관 임명 직전과 직후 시점에 이르러선 업계에서 일부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장관 임명과 관련한 입장에 대해 명쾌한 답을 들려주곤 했던 업계는 "입장을 표명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기부가 마침내 수장을 찾았다는 것 자체에는 환영하지만 혹시나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 반대 정당에 밉보여 관련 예산안 의결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중소기업·벤처기업계와 소상공인 업계는 코 앞에 닥친 현안으로 신음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OECD 주요국 대비 국내 노동자들의 취약한 현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만큼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순순히 인정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들 입장에선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책들에 대한 연착륙 방안 모색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업계의 목소리를 잘 파악할 눈과 귀, 수집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할 두뇌, 이를 전달할 입 역할을 해야 할 부처의 수장을 그토록 기다렸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찾은 중기부 수장을 두고 정치권에서 여전히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다소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인력풀 부족으로 중기부 장관 감을 늦게 찾은 청와대에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 장관 임명 강행을 예산안과 결부시키는 일부 야당의 행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예산안을 두고 힘겨루기하는 정치권은 과연 누구의 돈으로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중기 관련 정책도 아닌 장관 임명 자체만을 정조준하며 싸우는 건 더 이상 명분이 없다. 정책에도 골든타임이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중기부는 본격적인 출발선에 이제서야 겨우 선 상황이다. 정치권은 99%의 기업에서 터져나오는 목소리를 더 이상 나몰라라 해선 안된다. 협박이 아닌 협치의 길로 걸어나오는 것이 국민들의 이해와 인정을 받는 가장 빠른 길이다.
 
김나볏 중기벤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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