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공론장, 굳이 따로 설치해야 하는가
입력 : 2017-11-07 06:00:00 수정 : 2017-11-07 06:00:00
문재인정부 들어서 제일 먼저 이슈가 된 사안은 에너지 문제다. 그동안 한국 에너지 독립에 공헌했던 원자력발전소를 40년 후 제로로 만든다는 탈원전정책이 골자다. 그 일환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한 후 향방은 공론조사로 결정한다는 원칙하에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3개월 일정으로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놓고 공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건설재개가 59.5%, 건설중단이 40.5%로 나왔다.
 
결국 건설재개로 종지부를 찍었지만 우리사회는 ‘공론조사’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가의 정책 결정에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됐으며 한국 민주주의가 진일보했으니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책결정에 국민의 혈세를 46억 원을 써도 되느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어느 쪽이 옳은지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지만 한 가지 짚어볼 문제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대한 담론도 형성하지 않은 채 탈원전을 기조화하고 공론조사로 에너지 전환을 시도한 일련의 과정은 너무도 안이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공론화의 목적은 단순히 시민참여단만이 아닌 우리 국민 전체를 정보화하는데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결과는 어떠했나. 3개월 간 몇 회에 걸쳐 원전을 찬성·반대하는 측이 방송에 나와 토론을 했지만, 국민들이 원전의 장단점을 알기에 충분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를 통해 정보화 된 사람들은 공론화과정에 참석한 사람들뿐이었다. 이러한 공론결정을 앞으로도 국가 주요 사안 마다 적용한다면 이는 필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문제는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앞으로는 국가 주요 정책 사안을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고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13일 바다를 떠다니며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 발전기가 생-나제르(Saint-Nazaire) 항구에 설치되었다. 이 새로운 기계는 내년 초부터 2년 간 시험 가동된다. 또한 2021년까지 생-나제르 항구에는 80개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풍력발전기 설치에 전원 만장일치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의 시민들은 풍력장치가 설치되는 것을 싫어한다.
 
이에 따라 공영방송 <프랑스 엥포 주니어>는 풍력발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생텍쥐페리 초등학교 5학년 학생 5명과 풍력 전문가 세바스티앙 보사롱을 초대해 풍력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는 코너를 만들었다. 프로그램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학생이 “왜 풍력(eolien)이란 이름을 붙였나”고 묻자 보사롱은 “풍력은 바람의 힘을 이용한 것으로 고대 그리스의 ‘에올’이라는 바람의 신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답했다. 다른 학생은 “풍력의 역사”에 대해 물었고 이에 보사롱은 “바람에 의한 에너지는 수백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 하나의 예가 범선이며, 풍차도 바람의 에너지 역학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식 풍력 기술은 19세기 말 미국의 과학자 찰스 프랜시스 브러쉬(Charles F. Brush)가 전기를 일으키는 최초의 터빈을 발명하면서부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한 학생은 “왜 풍력이 이제야 각광을 받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보사롱은 “20세기에 풍력은 경쟁자인 화석, 석유, 가스에 밀려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2000년부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 개발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 어린이는 “풍력이 어떻게 에너지를 발전시키는지” 궁금해 했다. 이에 보사롱은 “바람에너지로 동력을 얻어 풍력에너지가 발전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어린이는 “일상에서 풍력이 필요한가”라고 물었고, 이에 보사롱은 “물론 우리는 풍력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지금처럼 깨끗하고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가 필요한 적이 없었다. 풍력은 수력처럼 자원을 자연에서 얻을 수 있고 고갈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풍력이 바람만으로 시동을 걸 수 있는지 아니면 버튼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보사롱은 “풍력은 바람에 의해 시동을 건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태양광이나 수력처럼 풍력은 지구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을 수 있는데 풍력 하나로 매년 8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풍력을 발전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덴마크, 독일, 스페인보다는 발전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 어린이가 “사람들이 풍력발전소에 가까이 가면 위험한지”를 물었다. 보사롱은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산업지역이므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풍력발전 내부로 침투해 들어가면 안 된다. 그리고 엄동설한이나 천둥·번개, 폭풍우가 칠 때 풍력발전소 부근에 있어서는 안 된다. 풍력발전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이 많으니 그것을 보라”고 충고했다.
 
이처럼 평소에 방송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신재생 에너지 교육을 시키는 프랑스를 보며 우리가 분명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에너지 문제를 비롯한 국가변화에 대한 정보는 평상시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해 숙의토록 해야 한다. 언론이나 SNS 등 좋은 전달도구들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채 수십억 원이 드는 공론조사에만 의존한다면 이는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아마추어들의 정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새 정부는 이점을 고려하여 평상시 국가정책에 대한 정보들을 기존 공론장을 통해 이슈화하고 활발한 논쟁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 널려 있는 공론장을 제대로 활성화 시키지 못한 채 큰 비용을 쓰면서 새로운 공론장을 만드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 점을 명심해 새 정부는 평상시 정책에 관해 공론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바란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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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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