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종교인과세, 이젠 마침표 찍을 때다
2017-11-01 15:16:20 2017-11-01 15:16:20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일부 종교계의 반발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당장 두 달 뒤부터 종교단체로부터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종교인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예정됐던 종교인 과세 세부기준 발표를 이달로 한 차례 미뤘던 기획재정부는 끝내 세부기준안에 대한 추가 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단, 당초 과세안에서 다소 후퇴하더라도 내년 정상 시행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9월 휴가비와 이사비, 건강관리비, 의료비, 접대지원비 등 30여 개 항목이 담긴 세부과세기준안을 7대 종단에 배포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일 뿐이지만 세분화한 항목들이 종교인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에 종교인들은 "휴가비와 이사비까지 과세하려는 것은 종교인 과세가 아니라 종교 과세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처럼 종교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기재부는 추가적인 세부기준 발표 없이 이미 배포한 기준안 중 목회자의 순수 소득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에 대한 부분을 추려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세기준 전면 백지화 얘기가 있는데 백지화하는 것은 아니고, 이미 배포된 기준안을 바탕으로 순수 소득에 대한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기준안 발표 없이 종교계의 최종 의견을 수렴해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종교계가 과세 반대 이유로 목소리를 높였던 과세 대상 문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법(소득세법) 시행령을 11월 중 일부 재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달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행령을 고쳐 종교단체의 범위를 명확하게 할 것"이라며 "(비영리)법인이 아닌 종교단체도 종교인 과세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종교인들의 반발이 잦아든다고 해도 걸림돌이 모두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가장 큰 걸림돌인 입법 문제가 남아 있다. 이미 일부 국회의원과 개신교 측은 시행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25명은 '과세 준비가 미비하다'며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8월 발의한 상태다. 이 개정안은 종교인 과세 시점을 2020년 1월로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당초 법안대로 처리하기 위해 7대 종단을 설득해가며 상황을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이제 국회의 입법 절차만 남아 있다. 50년을 미뤄온 문제인 만큼 매듭을 지을 때가 됐다. 최종 결정은 국회가 하겠지만 정부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회를 움직이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임은석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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