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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5.18 피해 유족 성향별 관리…망월동 묘지 강제이장 공작"
박주민 의원 ‘비둘기 계획’ 문건 첫 공개…기무사·안기부·경찰 총동원, 유족회 해체 등 지시
2017-10-26 12:47:16 2017-10-26 17:54:3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항쟁 피해 유족들을 분열 또는 매수하도록 직접 지시한 이른바 ‘비둘기 시행계획’ 문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은평갑)은 26일 광주지법과 광주지검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둘기 시행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이번 문건 공개로 그동안 제기돼왔던 ‘광주시립공원묘지 제3묘역(망월동 묘지)’ 분산 이장계획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날 박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비둘기 시행계획’은 1983년 문건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망월동 묘지 이장 1차 계획으로, 사망자 묘 현황을 연고별로 분석한 다음 해당 시장과 군수 책임 하에 직접 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시행방침을 세우고 그 비용은 전남 지역 개발 협의회에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대상자 관리에는 보안부대(현 기무사)가 나섰다. 문건에는 단계별 추진 방법으로 505보안부대가 1차 대상 연고자 11명의 신원을 정밀 분석하고 전남도청이 순화책임자를 소집해 교육하도록 지시돼 있다. 박 의원은 “시행관계자 구성표를 보면, 전남지역 개발협의회는 물론, 전남도청, 광주시청 및 타 시군청, 505보안부대, 검찰, 안기부, 경찰 등 국가기관이 총 망라돼 있어, 망월동5.18묘역 성역화를 막는 작업에 군·정부·지자체는 물론 민간까지 총동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1981년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사태 관련자 현황’ 문건과 1983년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사태 관련 현황’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이들 문건은 피해 유족을 대상으로 한 공작 계획이다. ▲공원 묘지의 지방분산, ▲강온 양면 대상으로 신축성 있는 대처 ▲극렬 대상자의 유족도 지속적인 순화(취업, 생계지원, 학비면제 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함께 문건에 제시됐다.
 
‘광주 사태 관련자 현황’ 문건에는 전 전 대통령이 피해 유족들을 상대로 공작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다. 우선 문건 중 ‘대책’란에는 ‘공원 묘지의 지방 분산’이라는 문건이 등장하고 ‘공원 묘지 이전 계획’이라는 제목 아래 “추진 경위 ▲82. 3. 5. 전남도지사 각하 면담시 공원 묘지 이전 검토 지시, ▲82. 7. 30. 세부 계획 작성(내무 장관에게 보고), ▲82. 8. 25. 청와대 정무 제2수석에게 보고(505부대장), ▲82. 9. 15. 내무 장관과 도지사, 각하께 보고”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5?18 유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회유▲포섭 공작이 진행된 사실도 이번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광주 사태 관련자 현황’ 문건에서는 ‘유족 성분 분석’에 따라, 직업별, 생활수준별, 저항활동별 특성을 세세히 분류해놨다.
 
특히 ‘극열 대상자 분류 기준’을 적시해 A등급은 대정부 강경 비판자, 여타 유족 선동 조종 행위자, 폭도판정 유족으로 보상금 지원 요구 자, 강경 유족으로 임원에 선출된 자로 규정했다. B급은 보상금 미수령자로 대정부 불만 포지자, 유족회 임원 중 온건자, 문제 집회 참석 빈번자로 규정했다. C급은 타의로 문제집회 참석 빈번 자, 피동적인 자로 분류해놨다. 박 의원은 “ 유족을 매우 세밀하게 분류해 관리했음을 알수 있다”며 “광주민주화 항쟁이 1년 남짓 된 1981년, 가족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이미 유족 분열 획책이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 사태 관련 현황’ 문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공작이 확인됐다. 사망자 관련은 505 보안부대가 관리, 부상자는 안기부 전담, 구속자 처리는 경찰 전담으로 각각 나눠 치밀하게 관리했다. 관리 내용으로는 ‘집중 순화 대상 : 극열 38명’으로 선정된 공작 대상자에게 백미와 연탄을 지원하고 그 내역을 꼼꼼하게 기록해 관리했다.
 
박 의원은 “이번 문건은 한인섭 교수와 박은정 전 권익위원장이 1995년 공동저술한 ‘5?18 법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에서 ‘1983년 들어 망월동 공동묘지의 성역화를 우려한 당국은 묘지의 분산 이장계획을 은밀히 진행’했다. 묘를 이장하면 1000만원의 위로금과 50만원의 이장비를 받는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밝혔는데 ’비둘기 시행계획‘에 따르면 액수까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나서서 돈을 주고 고인의 묘소를 이장하도록 하고, 연탄 한 장 지원한 것까지 꼼꼼히 기록하면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작을 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라며 “이번 문건을 통해 전두환 군사독재 정부의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근혜 정부 9년간 민간인 사찰도 서슴지 않고 공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했던 것은,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가 되풀이된 것”이라며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5.18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6일 공개한 5.18 유족 회유·분열 공작 문건 '비둘기 시행계획'. 자료/박주민 의원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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