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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 "시장 불확실성에 위축 우려”
신DTI 도입 다주택자 추가 대출 어려움…주택거래량 감소 예상
2017-10-24 06:00:00 2017-10-24 11:58:05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앞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자칫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들을 겨냥해 대출 심사가 깐깐해질 전망이어서 사실상 신규 대출이 올스톱될 것이란 관측까지도 흘러 나오고 있다.
 
정부가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오는 24일 오후 1시30분 부총리 주재 관계기관 합동브리핑을 통해 ‘가계부채 종합대책 내용 및 추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23일 열린 당정 협의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강력하고, 세심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같은 내용을 미뤄 짐작할 때 다주택자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대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인 '신DTI'는 소득과 부채(원리금 상환액) 모두 더욱 정교화해 차주의 빚 상환 능력을 정밀 분석해 따지고, 원리금 상환액에 이미 받은 주택담보대출 원금도 새로 반영한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받는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아 실수요가 아닌 투자·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내용이다.
 
신용정보회사 나이스(NICE)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총 가계부채는 1439조원으로,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938조원으로 65.18%에 달한다. 
 
특히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32만명으로 10명 중 2명이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다주택자를 겨냥한 대출규제만 이뤄져도 위험수준인 가계부채를 어느 정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 경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6.19부동산 대책에 이어 8.2부동산 대책까지 잇따라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데다 주택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발표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박인호 숭실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또 향후 집값에도 영향을 미쳐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참여정부 당시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연장을 막았는데,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킨 적이 있었다”면서 “이를 답습하지 않도록 핀셋 규제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자금줄이 막혀 부동산 시장도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체적으로 시장이 위축되면 참여자들의 부가가치 창출이 줄어들고, 이는 일반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부동산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과 하반기 금리인상으로 내년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하향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분위기가 차분해질 것”이라면서 “다만, 정부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보여 집값 하락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신DTI 도입이 어느정도 예고가 된 상태라서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없을 전망”이라면서 “하지만, 금리인상, 다주택 양도세 증과, 소득세법 개정 등의 영향이 종합적으로 합쳐지면 내년 이후 주택 구매력 감소나 가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대출이자 부담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KEB하나은행은 23일 주택담보대출에 3.827∼5.047%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3.74∼4.96%에서 0.087%포인트 오른 것이다.
 
가령 주택담보대출로 은행으로부터 2억원을 빌렸을 경우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부담은 100만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금리인상까지 예고되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려던 실수요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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