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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물인터넷 용품 개발…토탈 펫 캐어 비즈니스 모델 창출
(스타트업리포트)고재수 아이오텍 대표
“세계 1등 스마트피더(smart feeder) 제조사 될 것”
“펫맘으로 반려동물 비만 해결 가능”
2017-09-22 06:00:00 2017-09-22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혼자 있어 외로운 반려동물과 당신을 연결하는 IoPET’ . 반려동물과 IoT(사물인터넷)가 만난다면? 반려동물과 떨어져 있지만 교감할 수 있다. 고재수(57) 아이오텍 대표가 개발한 반려동물 자동급식기 펫맘(Petmom)이 추구하는 가치는 ‘연결’이다. 공간은 떨어져 있어도 주인은 스마트폰으로 급식량을 조절해 반려동물의 먹이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 2015년 10월 창업해 3년도 채 안 된 스타트업 아이오텍이 펫맘을 알리게 된 건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이오텍은 지난해 ‘반려동물 필수품 펫맘(Petmom) 프로젝트’로 크라우드 펀딩을 할 때 ‘혼자 있어 외로운 반려동물과 당신을 연결하는 IoPET’이라는 스토리로 이른바 ‘대박’을 낳았다. 1289만4000원 펀딩을 달성해 목표의 4배가 넘는 495%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개발 자금을 모으는 펀딩이 아닌 출시 전 선구매 방식으로 진행된 펀딩으로 제품화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해당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에는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는 얼리어답터들이 200개가 넘는 댓글을 남기며 호응했다. 아이오텍은 반려 동물에 IoT 기술을 접목 시킨 한국의 유망 벤처기업이다. LG전자에서 4년간 개발연구원으로 일한 고 대표는 에이텍 연구소장(CTO·최고기술경영자)을 지냈다. 이곳에서만 27년가량 일했다. LCD 일체형으로 유명한 에이텍이 코스닥에 상장할 만큼 성장한 데에는 고 대표의 몫도 적지 않다. 
고 대표는 옛 직장을 떠나 자신만의 일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아이오텍을 창업했다. 후배가 실패했던 아이템을 살려 20개월 제품 개발에 몰두했고 결국 제품화에 성공해 시장에 안착했다. 자본금 2억3000만원에 직원 5명으로 시작한 아이오텍이 작지만 강한 기업인 이유다. 고 대표는 “세계에서 1등 스마트 피더(smart feeder) 제조회사가 되는 게 단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시장의 미래는 밝다. 경기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산업 시장 규모는 2조3000억원, 세계시장 규모는 300조원에 이른다. 아이오텍의 타깃 시장인 용품시장 규모만 보면 국내 8004억원, 전 세계 90조원이다. 아이오텍은 펫맘에 이어 반려동물 변 치우기, 직접 놀 수 있는 로봇 장난감 등을 개발해 제조업 기반을 확실히 다진 뒤 사료·병원·미용 등 관련 비즈니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꿈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자동급식기 '펫맘'이 필드 테스트를 받는 모습. 사진=아이오텍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처음에는 후배가 이 아이템을 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아이템으로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좀 도와주려고 시작했다가 결국 제가 하게 됐다. 후배가 성과를 보지 못했다. 아이템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아이템을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기업이 뛰어들 분야의 시장은 아니었고, 중소기업이 나름의 기술력으로 부딪치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냥 조직에 남아서 기존 프로세스대로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로 도전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모험을 선택했다.
 
기술개발만 27년가량 해왔는데.
주로 해온 분야는 일체형 PC 디스플레이와 관련돼있다. LCD가 활성화되기 전 노트북만 있을 때 국내 데스크탑 PC에 모니터를 달아 일체형 PC를 만드는 작업을 시도했다. 국내서 처음 하는 기술이었는데 그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될 정도로 성과를 냈다. RFID(무신인식) 기술을 이용한 교통요금 처리 단말기도 개발했다.
 
처음부터 해외를 염두하고 펫맘을 개발했나.
국내서는 중소기업이 개발비용을 들여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2015년 10월 시작할 때 이런 종류의 제품을 양산하는 회사가 전 세계로 봐도 3~4곳뿐이었다. 지금은 10곳 정도 된다. 아직도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초기 단계다. 가격으로 싸울 생각은 없었다. 중국이 따라오기 시작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제품 차별화, 디자인 고급화 전략으로 시작했다. 이 부분은 지금도 잘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창업 3년째를 돌아본다면.
2015년 10월말 창업하고 작년에 이어 올해 4월까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다른 부분으로 매출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구상했던 모델을 양산하는 쪽에 집중했다. 계획보다 많이 늦었다.
20년 이상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어서 하드웨어 만드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또 제가 부족한 기술은 시장에 많이 있다. 그래서 실패비용을 다른 사람보다 50%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였다. 실제로 해보니 기술개발 분야가 조금 다르고, 개발 난이도 범위가 넓고 높았다. 역시 사업을 할 때 실패비용이라는 건 결국 똑같고 과정은 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웃음)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정부지원을 받으려고 했는데 수월하지 않았다. 펫맘과 유사한 솔루션을 갖고 개발을 시도한 팀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이템은 있는데 제품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 갖고 과제 발표를 하면 평가위원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이디어라는 거다. 동일한 사업계획 혹은 과제로 이전 팀들이 정부수혜를 받은 것 같다.
 
자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처음 사업 아이템을 단편적으로 봤을 때 5억원 정도면 개발이 가능할 거라고 예측했다. 실제 해보니 해야 할 일은 훨씬 많았다. 다른 팀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좋은 아이디어를 제품화 하는 문제였다. 지금까지 1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기술보증기금에서 2억원을 보증해줬다. 중소기업청에서 우수창업자 보증 프로그램이 있었다. 초기 창업일 경우 1억원 미만을 해주는 것으로 아는데 2억원을 무담보로 보증해줬다. 할 일이 늘어나면서 다시 사업계획서를 갖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문을 두드렸다. 금리 1.6%에 3억원을 보증해줬다. 또 제가 2억원가량 출자를 했고, 주위 순수한 지인들이 투자를 해줘 10억원가량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판로 확보와 마케팅은 어떻게 했나
인터파크·위메프·G마켓·강아지대통령 등 펫맘이 입점한 마켓은 15곳 정도 된다. 처음에는 MD(상품 판매 담당자)를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았다. 이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크라우드 펀딩이 반전이 됐다. 제품 출시 전인 작년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했다. 개발 자금을 펀딩받는 게 아니라 출시 전 미리 구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품 홍보의 시작이 됐다. 얼리어답터들은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이 많다. 또 프로토타입(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으로 펫 관련 전시회에 갔는데 MD들이 국내에 유사한 제품이 없다고 상품성이 있다며 거꾸로 입점하자고 제안을 했다.
 
지난 2월 '펫맘' 첫 양산 직후 고재수 대표(가운데)와 아이오텍 직원들. 사진=아이오텍
제품 구입한 고객들 피드백은 어떤가.
처음에는 반려동물 중에 강아지에 초점을 맞췄다. 강아지는 보통 10분이면 식사를 마친다. 밥그릇도 식사를 끝내면 10분 안에 들어가도록 설정했다. 그런데 펫맘 구매한 고객이 처음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판단 착오였다.(웃음) 고양이는 거의 자율급식이 된다고 한다. 고양이 스르로 먹을 양만큼 먹는다. 10분 안에 식사를 마치지 않는다는 거다. 예민해서 급식기가 들어가면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피드백이었다. 5분에서 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설정을 바꿨다. 처음에는 멜로디 기능도 없었는데 고객 의견을 반영해 급식기가 나오면 멜로디가 울리도록 했다. 펫맘은 하드웨어를 회수해서 기능을 업그레이드 할 필요 없이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에서 내려받으면 할 수 있다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인가.
반려동물의 비만 문제 때문에 펫맘을 찾는 분들이 많았다. 일반 자동급식기나 밥그릇은 밥을 쌓아놓고 있게 된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의료보험이 안 되고, 사람보다 의료비가 훨씬 많이 들기도 한다. 우리 제품이 반려동물의 비만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 포인트를 잡았다.
 
수출 진행 상황은.
펫맘은 서버가 있고, 서버 관리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플랫폼이 같이 수출돼야 한다. 초기 수출에는 그런 어려움이 있다. 하드웨어만 단품으로 팔아보던 사람들이 플랫폼으로 통째로 비즈니스로 가는 개념이 생소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수량이 되면 플랫폼 전체와 함께 수출하는 게 목표다.
 
통신사가 홈IoT에 관심이 많은데.
통신사가 홈IoT 구축을 많이 하는데 디바이스는 자체 개발이 아니라 솔루션만 있고 플랫폼에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한 통신사는 반려동물 관련 광고를 하는데 제품은 없다. 기존 통신사 IoT 플랫폼에 우리 제품을 쉽게 붙일 수 있다. 현재 국내 통신사랑 협의를 하고 있어 올해 중 성과가 날 것 같다.
 
아이오텍의 비전은 무엇인가.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펫맘으로 반려동물이 얼마나 먹었는지 애플리케이션으로 푸시가 오는데 여기에 광고를 실을 수도 있다. 또 펫맘을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져 데이터베이스가 확보되면 동물병원과 조인트해서 병원 할인행사 이벤트에 활용할 수도 있다. 지금 반려동물 보험도 연구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펫맘의 빅데이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료·미용 등 영역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첫 번째로 하드웨어인 펫맘을 개발해 판매하는 일은 이제 시작됐다. 다음 프로젝트는 반려동물 키우면서 큰 문제 중 하나인 변 치우기 제품과 관련돼있다. 반려동물을 훈련시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또 반려동물이랑 직접 놀 수 있는 로봇장난감을 개발하고 싶다. 하드웨어 판매해 고객이 확보되고 누적관리되면· 데이터가 쌓인다.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할 수 있다. 세계에서 1등 스마트 피더(smart feeder) 제조회사가 되는 건 단기적인 목표다.
 
고재수 아이오텍 대표. 사진=아이오텍
아이오텍은 지난 13일부터 3일 동안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GMV(글로벌 모바일 비전)에 참가했다. 고재수 아이오텍 대표(왼쪽)와 김근영 마케팅팀장(오른쪽)이 외국 바이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아이오텍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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