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볼모 된 사법부)①"사법부 공백 초래는 국민 기본권·헌법 침해"
2000년 이후 헌재 1078일·대법원 557일 공백
법조계 "중대한 헌법위반 상황…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
입력 : 2017-09-17 18:00:00 수정 : 2017-09-17 19:35:3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부결됐다. 이를 두고 단순한 여야 정쟁의 산물로만 보는 분위기지만 심각한 헌법위반이라는 것이 헌법학계와 법조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욱이 과거 사법부의 공백 사태에 대해 엄격했던 언론이나 국민적 시각도 관대해지고 있어 문제다. 사법부는 합의체로, 헌법으로 정해진 대로 구성되지 않았다면 그 판단이나 결정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곧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정치권력에 의한 사법권 침해다. 김 후보자 인사부결을 계기로 사법기관 공백사태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국회 정기회 제5차 본회의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정우택(오른쪽) 원내대표와 이채익(왼쪽), 박덕흠(가운데) 의원이 헌법재판소(김이수) 임명동의안이 부결 처리되자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이 갖는 의미는 크다. 14일 현재 헌재소장 공석 사태가 226일간 계속되고 있다는 것과 함께 합의체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226일간 8인체제의 불완전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큰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위헌 내지는 헌법 침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와 법조계의 헌법 전문가들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법부 공백은 단순한 정쟁의 산물이 아니라 위헌적 상황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기 때문이다.
 
"헌법·파괴라고 해도 과언 아니야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은 헌법기관을 제대로 구성할 것과 이를 위해 대통령과 국회가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틀을 갖춰서 헌법기관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그러나 지금 국회는 당리당략을 위해 임명동의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본질을 떠난 색깔 씌우기로 후보자 임명을 부결시킴으로써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의 독립성 자체를 침해하고 있다"며 "이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가장 적나라한 헌법 침해이다. 헌법 파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의 공석 상태는 합의체인 각 사법기관의 전체 의견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백으로 방치한다는 것은 곧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도 기관구성의 의무가 있다. 지금은 이런 의무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의 공백사태가 문제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헌재의 경우 2000년 부터 현재까지 총 32명의 재판관이 이취임하는 동안 단 한번도 공백상태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 기간이 총 1078일이다. 2004년 2월17일 전임자인 하경철 전 재판관과 후임인 이상경 전 재판관이 이취임하는 데는 20일이 걸렸다. 가장 공백기간이 길었던 때는 조대현 재판관과 김이수 재판관이 교체되는 시기다. 조 전 재판관이 2011년 7월11일 퇴임한 뒤 무려 436일 동안이나 후임이 없다가 김 재판관이 임명됐다.
 
헌재소장 공석 220일 넘어…최장기 공백
 
소장이 임명되지 않아 공석인 기간도 적지 않았다. 3대 소장인 윤영철 소장의 임기가 2006년 9월15일 만료됐지만 후임인 이강국 소장은 2007년 1월21일 취임했다. 헌재는 121일 동안 수장이 헌재소장 없이 법률의 위헌여부를 판단하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여부를 판단했다. 이 소장이 2013년1월22일 퇴임한 뒤에도 79일간의 '헌재소장 부재' 상태가 계속됐다. 그의 후임인 박한철 헌재소장 역시 지난 2월1일 퇴임했지만 226일 동안 후임 소장이 임명되지 않아 최장기 헌재소장 공백기간을 갱신했다.
 
※()는 공석일 수. 자료/헌법재판소
 
대법원도 다르지 않다. 유지담·윤재식·이용우 대법관이 2005년 10월10일 퇴임한지 41일만인 같은해 11월21일에야 김황식·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이 후임으로 취임했다. 이 기간 동안 대법관 3명이 공석이 되면서 대법원 1개 소부의 기능이 한달 넘게 중단됐다. 2012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박일환·김능환·전수안 대법관 3명이 2012년 7월10일 퇴임했지만 22일동안 후임이 임명되지 않다가 8월2일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이 취임했다.
 
이상훈-조재연 대법관 이취임, 141 걸려
 
안대희 대법관(2012년 7월10일 퇴임)의 후임인 김소영 대법관(2012년 11월5일 취임)이 임명되기까지는 장장 117일이 걸렸다. 당시까지 최장기 대법관 공석 기록이다. 그러나 이 기록 역시 5년후 깨졌다. 이상훈 대법관이 2017년 2월27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지만 후임인 조재연 대법관은 141일 뒤인 2017년 7월19일 취임했다. 2000년 이후 대법관 공백일은 총 557일이다.
 
※()는 공석일 수. 자료/대법원
 
후임 공석으로 인한 사법부의 부담은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을 비롯한 현직에 남아 있는 사람들 몫이지만 떠나는 사람들도 편치 않았다. 탄핵정국과 맞물려 최장기 공백을 남기고 퇴임한 이상훈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의 신속한 마무리로 대법관 공백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새 대법관 임명제청을 미루고 있었다.
 
2012년 9월 퇴임한 김종대 재판관은 사법부 공백에 의해 8인체제로 유지된 것과 관련해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을 겨냥한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퇴임사에서 "재판관 한 분이 보임되지 않음으로써 온전하지 못한 재판을 1년 넘게 해왔는데, 헌법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인용주문을 냄에 있어 9명중 6명의 찬성요건을 8명중 6명으로 가중해 한결 어렵게 하는 것은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을 지키는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같이 헌법에 어긋나는 재판을 거부할까도 생각했지만, 신속히 기본권이 보장되길 바라는 국민의 뜻 또한 거스를 수 없어 참고 재판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여야가 정쟁을 벌이며 대법관이나 헌법재판 후보자의 딴지를 거는 방법은 다양하다. 멀리 갈 필요 없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서 해산에 반대하는 등 소수의견을 많이 낸 것을 문제 삼아 색깔을 입혔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정치에 의한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야당에서 문제 삼았던 소수의견들은 가장 헌법 이론에 충실한 의견이었다.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헌법이론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편파적이라고 하면서 부결하는 것은 입헌주의가 의미 없다고 선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정치에 의한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2011년 12월에는 조대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조용환 후보자가 지명됐으나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의 ‘천안함 발언’을 이유로 6개월이 넘도록 선출안 처리를 공전시켰다. 한나라당은 이념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당시 진행된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몽니였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12년 6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대법관 후보자 4인의 임명동의 절차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헌재, 국회 찾아가도 꿈쩍 안해
 
대법원이나 헌재가 공백사태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대법원은 2012년 대법관 후보 4명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국회가 미루자 조속처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낸 데 이어 당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과 권순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여당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찾아가기도 했다. 헌재 역시 같은해 6월 공석 중인 재판관 1인에 대한 선출을 조속히 해달라며 김택수 헌재 사무처장이 2일에 걸쳐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18대 국회 법사위원장 및 법사위 간사인 우윤근, 박영선 의원을 만났다. 그러나 이후 정치권은 이렇다 할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임명동의안 부결보다 임명동의 절차를 지연시키는, 이른바 ‘동의권한 남용’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의권은 임명권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일 뿐이다. 그 자체가 임명권일 수 없다”며 “동의권이 남용되면 헌법적으로 임명권을 침해하게 되는데 김 후보자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동의권 행사도 다수의 민의에 따른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동의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명동의안 부결보다 고의 지연이 더 문제
 
임 교수는 "김 후보자 사례가 동의권한의 남용이라는 증거는 부결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수개월동안 여러 정치적 이유로 임명동의안을 초래하지 않아 헌재소장 공석사태를 초래했고, 이는 모든 헌법기관은 다른 헌법기관을 존중할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국회가 소장을 못 뽑도록 저지해서 헌재 운영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은 국회가 다른 헌법기관인 헌재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법부 공백사태는 국회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인데, 국회는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 헌법기관의 존중의무를 저버리면서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국민 눈에 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가 사법부 공백 사태의 의미를 이해 못하고 이를 인식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국회가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을 두고 대의민주주의제를 내세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의사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 의사는 원칙적으로 다수 국민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어야 하는데, 헌재소장 임명이 시급한 상황에서, 고의로 임명동의를 지연시키는 것이 과연 국민 다수의 생각인지는 매우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인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과 국회가 헌법과 헌재법에 정한 시한 내에 헌법기관을 구성하지 못한 것은 헌법 준수와 헌법기관 간의 존중과 예양에 대한 박약한 의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행위는) 중요한 헌법위반의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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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오직 진실이 이끄는 대로…" 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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