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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북핵 리스크,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영향 없다"
"북 도발, 여타국 관계정상화 위한 미 영향력 제거가 목적" 분석
2017-09-14 14:35:57 2017-09-14 14:35:57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킴엥 탄 S&P 상무(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 팀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주최 'S&P 초청 세미나'에서 '이벤트 리스크:한국 국가신용도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갖고 "현재 시점에서 북한 리스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전망치에 대한 조정도 없다"고 말했다.
 
탄 상무 "최근 수개월 동안 북한이 무기개발을 가속화하고 있고, 국내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주요국 지도자들이 한반도 상황에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는 상황을 만드는 등 한반도 상황 변화가 거듭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등급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조만간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탄 상무는 "긴장이 어느 정도 고조된다고 해도 (북한이) 어느 시점에서는 의식적으로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유는 (한반도 전쟁이 아닌) 다른 국가들과 관계정상화에 나서고, 국제무역과 투자에 참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탄 상무는 "이들이 정말 한반도 전쟁을 원한다면 잘못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다. 태평양을 건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무기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과 다른 국가와의 관계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제대로 대우해주고, 전세계와의 관계정상화에 미국이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노림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 상무는 "북한이 (군사적 무기로) 미국 영토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양쪽 모두 인내심이 떨어질 것이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점점 고조돼서 통제불능 상황이 될 수 있는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은 이런 갈등까지 치닫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탄 상무는 대북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대통령 단임제로 임기 초반 대북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을 과도하게 할애하게 될 경우 임기 중반부터 정책적 이니셔티브(계획)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탄 상무는 동시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한 다른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탄 상무는 "한국경제는 유럽 등 다른 세계와 비교하면 성장이 매우 건전하게 이뤄져왔다"며 "물론 경제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해결돼야 할 이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기업에 편중된 수출 개선세(키펌커니 리스크) ▲소기업·개인자영업자의 소득 부진 ▲가계부채 증가 ▲청년실업률 등을 한국경제의 과제로 꼽았다.
 
탄 상무는 최근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전쟁이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긴장이 유지되는 이벤트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저금리 기조 등으로 실제 투자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할 만한 곳에 투자하지 않으면 낮은 수익률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준홍 S&P 이사(아태지역 기업신용평가부문 한국기업 신용평가 팀장)는 '한국 기업의 신용도 개선 추세는 지속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최근 한국기업들이 수출 호조와 제품 차별화 등으로 전반적인 신용도를 개선해왔지만 증가하는 사드 등 중국 위험과 반도체시장에서의 공급증가로 인한 경쟁심화 등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신용도 향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중국 위험과 관련해 "현대·기아차의 올해 2분기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약 47% 감소했다. 사드 이슈가 큰 영향을 미쳤으나,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와의 경쟁심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 수출호조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우호적인 흐름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디램(DRAM)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에 대한 산업 내 투자가 공격적으로 진행중이고,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도 중국 업체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어 초과공급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국제금융센터 주최 'S&P 초청 세미나: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속 한국 신용도 개선은 가능한가?'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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