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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없는 고용부의 '청년 취업 지원 사업'
중기청년인턴제·고용디딤돌 프로그램 등…책정된 예산도 다 못써
2017-08-23 13:52:51 2017-08-23 13:52:51
[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청년실업이 사상최고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예산 중 수백억원을 사용도 못하고 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수요에 대한 예측 실패와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기준 탓이다.
 
23일 국회 2016년도 결산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청년인턴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한국산업인력공단 청년취업아카데미 등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3개 사업에서만 모두 482억27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고 남겼다.
 
중소기업청년인턴제는 청년 미취업자에게 기업 등의 인턴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청년인턴제(일반회계)와 중소기업청년취업인턴제(고용보험기금)로 나눠 추진 중이다.
 
이 중 중소기업청년인턴제는 본예산과 사회보험사각지대해소 사업으로 전용한 예산을 모두 합쳐 현액 367억100만원 중 14억6900만원을 불용했다. 중소기업청년취업인턴제는 당초 계획액 1940억7800만원 중 142억5900만원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는 고용부는 애초 사업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에서 강소·중견기업에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용부는 강소·중견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인건비 등 고용여건에서 우수해 고용유지율 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강소·중견기업은 자체 채용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어 알선을 통한 채용에 소극적인데다 상대적으로 인력확보가 용이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3만명을 지원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9751명을 지원하는 데 그친 이유다.
 
유망업종의 대기업 등이 우수한 훈련시설을 활용해 청년을 직접 교육하고 협력업체에 채용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인 고용디딤돌 프로그램도 성과가 부진했다. 417억5000만원의 예산 중 123억1900만원만 집행하고 70%가 넘는 294억3100만원을 불용했다.
 
특히 대기업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 채용을 위한 이 프로그램을 대기업이 자신들의 채용에 이용하면서 사업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모 대기업은 2개 훈련과정을 운영해 209명을 자체 채용하고, 고작 4명만 협력업체 등에 연계했다. 또 다른 대기업도 10개 훈련과정을 운영, 267명을 자체 채용하면서 협력업체에는 4명의 채용만을 도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기업 자체채용이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수료생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대기업 자체채용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청년취업아카데미 사업도 358억9400만원의 예산에서 30억6800만원을 불용했다. 이 사업은 기업, 사업주단체 등 운영기관이 대학과 협력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위탁 사업이다.
 
하지만 청년취업아카데미 수료인원 대비 취업률과 참여기업에 대한 취업률(참여기업 취업자/수료인원)이 낮아 성과가 미진했다는 평가다.
 
채용박람회 지원 사업은 불용예산은 거의 없었지만, 매번 일회성 행사에 그치면서 취업효과가 미흡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일례로 서울강남 지역의 강소·벤처·스타트업 청년매칭 잡페어의 경우 구직등록 인원 대비 취업률은 2.2%, 참여기업의 구인인원 대비 취업률은 6.6%에 불과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높아지는 청년실업률에 등을 떠밀려 면밀한 분석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오히려 성과가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제라도 취업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체계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대전·충남권 ‘청년고용대책 및 고용디딤돌 설명회’가 지난 3월 28일 배재대 우남관 106호에서 열렸다.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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