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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매각 새국면…박삼구 회장, 반전카드 마련하나
더블스타, 채권단에 매각 대금 인하 요구…8천억 '컨소시엄' 구성이 관건
2017-08-22 06:00:00 2017-08-22 09:24:52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의 더블스타가 매각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매각 가격이 변경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강하게 밝혀왔다는 점에서 박 회장의 재도전이 점처진다. 문제는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줘도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최근 금호타이어의 실적을 이유로 매각 대금을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상반기 5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와의 계약 조건에는 매매계약 종결 시점인 9월23일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하면 더블스타가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아직 계약이 종결되지는 않았지만 상반기 실적을 볼 때 그때까지 흑자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계약 해지 조건은 충족한 셈이다. 그러나 더블스타는 계약 해지 대신 매각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가격을 낮춰주면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하지 않고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오는 22일 열리는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계에서는 채권단 분위기로 볼 때 더블스타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은 매각 과정에서 더블스타에 금호타어어 상표권 사용료를 2700억원까지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채권단이 더블스타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계약 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사라졌던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기존 매각 가격이 조정되면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다시 해당 가격으로 금호타이어를 살 의향이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그룹의 재도약 발판으로 삼으려는 박 회장의 의지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회장이 매수권을 행사할 경우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불발된다.
 
더욱이 채권단은 기존에 거부했던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번에도 또 다시 우선매수권이 박 회장 개인에게만 있다는 식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거부할 경우 불공정 매각,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주지역 여론도 더욱 나빠지고 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지난 18일 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단과 긴급회의를 열고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등의 더블스타로의 매각 반대 시위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문제는 박 회장이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매각 대금 8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지난 3월에 당시 전략적 투자자(SI)로 요코하마타이어, 켐차이나, 효성그룹 등이 거론된 바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하이난그룹과 30년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하이난그룹을 대상으로 1600억원 어치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이 금액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발행 시점과 BW의 성격만 놓고 본다면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산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박 회장의 컨소시엄에 자신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이 있겠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8000억을 모두 마련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3815억원, 영업적자 5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조4466억원) 대비 4.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58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더블스타가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되살아남에도 불구하고 매각 대금 인하를 요구한 것도 박 회장이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매각가를 깍아달라고 전략적으로 요구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앞서 인수 당시에도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나왔지만 박 회장의 개인 자금도 부족하고 계열사를 동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금호타이어가 박 회장에게 넘어갈 경우 최대시장 중 하나인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증진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한 것도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거부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우리는 팔려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할지는 사실 그룹과 관계된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진정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단기적 이자 수익 등을 바라는 재무적투자자(FI)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호타이어의 회생을 바라는 전략적투자자(SI)가 나와야 된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광주시의회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에게 '부실 해외매각을 중단하고,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 제시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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