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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여론조작', MB수사 불가피할 듯
국정원은 전·현직 직원만 조사…검찰, 청와대 인사 등 조사결과 주목
2017-08-16 03:00:00 2017-08-16 08:44:4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검찰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국가정보원 '민간인 댓글 부대'에 관한 수사에 사실상 착수한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로부터 '민간인 댓글 부대'에 관한 자료를 넘겨받은 뒤 15일 광복절 휴일에도 자료 분석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검검사급 인사가 오는 17일자로 단행되기 때문에 아직 전담 수사팀은 구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를 중심으로, 자료 분석 등 기초적인 수사에 이미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진 부장은 2013년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 주임검사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일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관계자들을 기소한 뒤 현재까지 공소유지를 맡고 있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선거개입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깊이 수사하지 않았다. 수사팀에 있던 한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18대 대선개입과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중간수사결과발표 개입 여부가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시 수사결과 발표를 살펴보면, 원 전 원장이 국정원을 움직여 선거에 개입한 배경에는 이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수사팀 관계자 말대로 표면상 문제가 된 사건은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이지만, 여론조작은 이미 MB정권부터 시작된 사실이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우선 원 전 원장은 MB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이 전 대통령 재임시인 2008년 ‘광우병 촛불 사태’가 종북좌파 세력의 조직적인 선전 선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2009년 2월 국정원장 취임 후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에 대해서도, 북한 및 종북세력의 국정흔들기에 결과적으로 동조한다는 의미에서 모두 ‘종북좌파’에 포함되는 것으로 폭넓게 인식, 공격대상으로 삼는 한편 이들 세력의 제도권 진입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이 문제가 된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하고 사이버팀을 2개 팀으로 확대한 것도 이명박 정권 때다.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사이버 팀을 4개팀 70여명으로 확대 한 것도 2012년 2월 같은 시기다.
 
이명박 정부의 치적 선전과 당시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특정정당의 정권창출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동원한 것을 전적으로 원 전 원장이 기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이 전 대통령이 원 전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운영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주요 국면마다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거나 원 전 원장의 대국민 여론조작 또는 선거개입을 묵인 또는 추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정원 조직을 잘 알고 있는 한 법조인은 "국정원장은 대통령에게 독대보고를 하는 몇 안 되는 기관장"이라며 "원 전 원장의 국정원 운영 상황을 이 전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만일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은 직무유기, 원 전 원장은 선거법 위반이나 국정원법 위반 외에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조인은 또 "이 전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을 통해 국정원을 장악하고 의도대로 움직인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 역시 원 전 원장이 받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가 출신인 원 전 원장이 독단적으로 행동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별수사팀 역시 수사결과 "국정원의 국정지원·홍보활동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국정 현안에 대해 정부 당국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반대 주장을 공박하는 것은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하고, 나아가 선거 시기에는 선거관여로 귀결된다"고 결론 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15일 "이번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개입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면서 "검찰에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개시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8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중국 순방을 떠나기 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송나온 원세훈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류우익 당시 대통령실장.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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