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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금융당국 비웃는 주식문자 피싱의 진화
2017-08-09 06:00:00 2017-08-09 06:00:00
'8000원 미만은 매수하세요', '매집하기 정말 좋은 자리 종가는 ****원 위로! 믿고 가실분 따라오세요'
 
금융당국의 경고를 비웃는 대량살포 수준의 주식문자 피싱이 도를 넘었다. 수십개의 휴대전화 번호로부터 전달돼 스팸번호 지정이 무색하고, 전송도 잦아 일상에 적잖은 불편까지 유발한다. 지난 4월부터 '리치클럽', '부자아빠', '신부자아빠' 등 명의로 발송된 문자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다. 
 
문자 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나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제보 건수가 많은 3개 종목의 경우 이렇다 할 호재성 재료가 없었지만, 이러한 문자메세지가 발송된 기간 중에 주가와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호재 진위여부를 묻는 해명공시로 인해 주가는 되밀렸다. 주가가 급등한 이후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큰 손실이 불가피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메시지임에도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극적 내용 때문이다. '1조원 대형수주', '오늘 공시확정', '마지막 기회' 등 구체적인 금액이나 시점을 특정한 내용이 개인투자자 상당수에 배포되면서 묻지마식 추종 매수를 유도한다.
 
금감원은 해당 종목 공시담당자 면담 등을 통해 유포된 정보의 진위를 따지고, 혐의계좌를 추출하는 등 조사에 한창이지만, 문자폭탄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눈에 띄는 건 문자 내용의 교묘한 변화다. 금감원이 조사에 나서자 이들은 허위정보를 최대한 거르고 매수추천에 집중하는 식으로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금감원이 문자메시지에 허위정보가 담겼고, 이를 미끼로 매수를 유인하느냐를 중심으로 불공정거래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자폭탄이 계속되는 사이 불공정거래에 빠져나갈 명분마저 찾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에서 권하는 건 세 가지다. 허위성 투자권유 문자를 보고 묻지마식으로 투자하지 말 것, 미확인 주식 투자관련 정보를 유포하지 말 것,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상태, 경영 안정성을 면밀히 확인할 것. 하지만 소위 '작전'이라 불리는 불공정거래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회계부정과 자본세탁으로 자본시장의 교란이 일어나면서 개인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모바일 주식 거래가 늘면서 인터넷, 메신저 등 사이버공간을 활용한 시장 교란에도 노출돼 있다.
 
금감원의 조사가 마무리돼야 검찰에서 형사처벌을 결정하는 만큼 철저한 조사로 주식문자 피싱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 자본시장의 성숙은 거래 확대나 금융투자업계의 자본확충 등 시장규모만을 말하지 않는다. 불공정거래의 교묘한 진화는 더 큰 오점으로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 중인 지금과 같은 시기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보선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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