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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인 광주고검장, 사의 표명…"검찰, 사기업이었다면 존립 어려웠을 것"
"문제 됐던 사건, 국민 시각으로 재점검할 필요"
2017-07-17 23:52:22 2017-07-17 23:52:22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오세인(사법연수원 18기) 광주고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오 고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무거운 짐을 맡겨 놓고 떠나는 듯해 마음이 많이 아프고 무겁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존립을 보장받았던 것은 경쟁 없는 업무환경 덕분"이라며 "만약 검찰이 시장에서 동등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수의 경쟁자를 가진 사기업이었다면 벌써 존립의 기반을 잃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에 보다 높은 품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해 그 수요자인 국민의 신뢰를 확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급기야 경쟁조직의 설립이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쌓아온 전통과 공업이 신뢰의 부재 속에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시기에 문제 됐던 사건들을 공론의 장으로 가져와서 무엇이, 어떻게, 왜 잘못됐는지를 국민의 시각으로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잘못이 발견되면 시정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근거 없는 오해를 받은 것이라면 국민께 설명하고 그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검사는 인사에서 이유 없는 불이익을 받으면 직업적 긍지에 큰 상처를 받고 왜곡된 결정의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며 "정당하고 떳떳하게 사건을 처리한 것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인사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 검찰의 선차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 고검장은 '옳은 도리로 패하는 자는 망하지 않는다'는 '선패불망(善敗不亡)'이란 구절을 인용하면서 "우리 역시 옳은 도리와 정의가 요구하는 바른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이 난관을 이겨내고 다시 굳건히 설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오 고검장은 대검찰청 대변인·공안기획관·기획조정부장과 초대 반부패부장을 맡았고, 대검 공안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소병철(15기) 농협대 석좌교수와 문무일(18기) 부산고검장, 조희진(19기) 의정부지검장과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동기인 문 고검장이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6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검 5층 대강당에서 대전고·지검, 광주고·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016 국정감사가 열렸다. 오세인 광주고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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