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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미 FTA 개정 협상 개시 요구…긴장하는 자동차 업계
미국차 수입 증가 추세…현대차에 대한 투자 압박 목적
2017-07-13 14:29:43 2017-07-13 17:29:35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개시하자고 공식 요구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미국발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대표 사례로 자동차를 꼽았다는 점에서 실제 한미 FTA 개정이 진행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4억9000만달러로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16억8000만달러)의 9배 규모다. 규모면에서는 국내 수출이 크게 앞서고 있지만, 성장률을 보면 미국이 앞서고 있다. 지난 5년간 국산차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12.4% 느는데 그친 반면,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연평균 3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국 자동차의 국내 수입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수입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차 수입량은 총 9819대로 전년 동기(8791대)보다 11.7%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7.5%에서 8.3%로 높아졌다. 절대적인 물량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미 FTA로 인해 미국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체는 현대·기아차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18만7281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고,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14만6344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17만7169대) 대비 5.4% 상승했고, 기아차는 전년 동기(18만7319대) 대비 21.9% 하락했다. 현대·기아차 전체로 따지면 올해 상반기 미국 수출량(33만3625대)은 전년 동기(36만4488대) 대비 8.5% 하락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미국 수출량은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총 수출량(101만7535대)의 32.7%에 달한다.
 
그렇다고 현대·기아차가 미국 투자를 전혀 안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주에 현지 공장이 있고, 기아차도 조지아주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의 지난해 생산량은 총35만8447대였고, 조지아 공장의 지난해 연간 생산량은 총37만2502대였다. 특히 올해 상반기 생산량은 각각 19만15대, 15만8838대로 현대·기아차가 총34만8853대를 올해 상반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셈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과 비교하면 미국 현지 생산이 오히려 1만5228대 더 많은 상태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는 올해 초 이미 향후 5년간 31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어떤 요구를 해올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수입에 대한 관세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양국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국이 FTA 카드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더 많은 현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제 관례상 관세를 다시 올리기는 힘든 상태다. 미국이 한미 FTA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현지 공장을 늘리는 등 국내 업체의 미국 투자를 더 늘리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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