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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 옮기는 유통가 오너들…"전열 재정비"
신동빈, 집무실에 거주지까지 '잠실'로…신세계·CJ도 대이동
2017-07-10 06:00:00 2017-07-10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유통업계 오너들이 본사 이전과 맞물려 너도나도 집무실을 옮기며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이동과 함께 임직원과 소통과 호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004170), CJ(001040) 등 유통기업의 사옥 이전과 오너들의 집무실 이동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사옥 이전은 장기적으로 그룹의 신사업을 모색하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가장 큰 규모의 이주 작업이 진행 중이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기반을 닦은 서울 소공동 사옥을 떠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그룹의 핵심 사업부들이 새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새로운 '원 리더' 자리에 오른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과 4개 BU 조직 등이 모두 들어선다. 이들 외에도 타워를 총괄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이미 지난 2월 19층에 창사 이래 처음 단독 오피스를 꾸렸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지난 19일부터 14~16층에 순차적으로 입주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신동빈 회장의 주거지도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국내 주요그룹 총수 중 최초로 이른바 '수직 출퇴근' 시대를 열게 되는 주인공이 됐다.
 
신 회장은 이르면 다음 달 지금의 종로구 평창동 롯데캐슬에 있는 주거지를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위치한 '시그니엘 레지던스'(호텔 서비스 가능한 고급 오피스텔)로 옮길 예정이다.
 
신 회장이 입주할 곳은 레지던스 최상층이자 복층 구조로 이뤄진 70∼71층으로 알려졌다. 70∼71층에는 복층 구조의 초대형 레지던스 세 가구가 들어서는데, 신 회장은 이 중 가장 큰 곳인 1168㎡(약 350평) 공간에 입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레지던스의 평당 평균가가 7000만∼80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시가만 280억원에 달한다.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아직 정식 계약을 하에지는 않은 상태지만 주거지 이전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 짓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을 거쳐 8∼9월쯤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이 건물 안에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아울러 그동안 폐쇄적이고 일방적이었던 롯데 내부문화를 타파하는 데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 하반기 중 서울 퇴계로 본사를 반포동 강남점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증축해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백화점으로 거듭난 강남점을 기반으로 강남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 사업을 이끄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집무실도 강남으로 이전하게 된다. 특히 올 12월께는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이 개장을 준비하고 있어, 센트럴시티는 백화점과 면세, 패션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경영 베이스캠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마트(139480) 본사가 있는 서울 성수동에 집무실을 갖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과의 책임경영도 더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이재현 회장이 전격 복귀한 CJ그룹도 서울 소월로 남산사옥에서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로 이전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25년간 사용해온 남산 사옥이 노후화되면서 오는 8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감에 따라 잠시 CJ제일제당에 거처를 옮기게 됐다. 이미 그룹의 이전을 앞두고 그동안 CJ제일제당에서 지내온 CJ푸드빌은 7월 내 서울 중구 초동의 KT&G 을지로타워로 이주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특히 CJ그룹이 제일제당센터로 이전함에 따라 이재현 회장도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주력 계열사 직원들과 소통과 호흡을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며, 경영복귀와 함께 강조한 그룹 비전 '그레이트 CJ'는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가 오너들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고, 핵심부서와 지근 거리에서 소통해야하는만큼 집무실 이전으로 폐쇄적 구조를 벗어나려는 모습"이라며 "롯데를 중심으로 이전 작업이 마무리 되면 기업별 비전을 달성하는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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