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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생산 무게중심, 베트남으로
한국·중국에서 베트남행 속도…"낙수효과 실종" 비판도 제기
2017-07-05 18:32:47 2017-07-05 18:37:51
[뉴스토마토 왕해나기자] 삼성전자 생산기지의 중심이 한국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의 절반 수준인 인건비와 파격적인 해외기업 유치 정책 등이 베트남 투자의 매력도를 높였다. 대신, 생산 공동화로 낙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5일 <뉴스토마토>가 삼성전자의 최근 5년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국내 생산거점은 2012년 6개에서 2014년 5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인력 역시 2014년 9만9386명, 2015년 9만6902명, 지난해 9만3204명으로 계속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공장을 통째로 이전하거나 폐쇄한 적은 없다”면서 “다만 공장을 연구소로 전환한 사례가 있어 숫자가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는 중국, 휴대전화와 가전은 베트남'이라는 투 트랙 전략 하에 국내 생산거점을 조정하고 있다는 게 재계 정설이다. 지난해에는 광주 가전사업장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 지역의 반발을 샀다. 구미의 휴대폰 공장과 온양 반도체 생산라인 이전설도 나온다. 국내 정치와 여론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반도체 단지 조성으로 여론 무마에도 힘썼다.
 
삼성전자의 2012년과 2016년 생산기지. 그림/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삼성전자의 중국 거점도 감소세다. 2012년 13개에 달했던 생산거점은 2015년 12개로 표시됐다. 삼성코닝이 2014년 광소재 사업을 매각하면서 공장도 함께 없어진 것이다. 지난해 중국 현지 직원수는 3만7070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2013년 6만316명에 비해 2만3246명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8위로 추락하는 등 현지 사업에서 타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동남아 전략은 크게 강화됐다. 2012년에는 각각 6개였던 생산거점과 판매거점이 지난해에는 8개, 9개로 늘었다. 아시아지역(동남아·서남아·일본) 직원수는 2012년 5만7330명에서 지난해 13만4386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일본이 전략적 시장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동남아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동남아에서도 베트남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2009년 4월 베트남 북부 박닌 성에 이어 2014년 3월 인근 타이응우옌 성에 휴대폰 공장을 가동했다. 두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휴대폰 물량의 약 절반을 생산한다. 2015년 5월부터는 베트남 남부 호치민 동부의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면적 70만㎡의 소비자가전 복합단지 조성에 돌입했으며, TV 등 일부 생산시설은 가동 중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로 한국과 중국보다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 주요도시의 최저임금은 한국의 59%이며, 베트남 주요도시 최저임금은 중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해외 기업에 대해 파격적인 유인책을 펼치는 것도 투자요인 중 하나다. 베트남의 기본 법인세율은 20%지만, 베트남 정부는 3272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초기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준다. 
 
장용준 경희대 교수는 “중국이 사드 배치 등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현실화하고 있는데, 경제적 피해를 줄이려면 제3국 해외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베트남행을 달갑게 보지 않는 정치권의 시선은 삼성으로서는 부담이자, 경계 대상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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