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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창한 블루홀 PD "1억달러 매출 '배틀그라운드', 흥행 비결은 소통"
"스타트업 수준의 20명 규모로 1년 동안 개발…매출 95% 해외에서 발생"
2017-06-27 06:00:00 2017-06-27 06:00:00
[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국내 게임 개발사 블루홀이 제작한 PC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토종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하고 있다. 북미·유럽의 PC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는 정식 발매 전 베타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13주만에 누적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으며, 판매량 400만장을 넘어섰다. 스팀 동시 접속자수는 23만명에 달한다.
 
배틀그라운드는 100인의 유저가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것을 활용해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한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존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과 다르게 한판, 한판 세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고, 'H1Z1' 등을 개발한 배틀 로얄 모드 창시자 브렌든 그린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김창한 블루홀 PD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창한 블루홀 PD. 사진/블루홀
 
국내 중소 개발자로서 '배틀그라운드' 성공 소감은.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얼리엑세스(Early Access·정식 발매 전에 판매하는 베타 버전) 상태라 몇 가지 기술적인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즐겨주는 이용자들에게 감사하다. 서비스하고 있는 국가가 많아 성과가 높은 국가를 우선순위에 둘 수 밖에 없는데 한국에서의 판매량이 점점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게임 자체의 재미와 성능 안정성에 최우선을 두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변화가 빠른 업계이기 때문에 핵심 기능만 가지고 빠르게 유저 앞에 선보이고, 부족한 부분은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20명 정도의 작은 규모로 1년 동안 빠른 속도로 얼리억세스 출시를 한다는 과정은 블루홀이 게임 제작사로서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발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나는 성공 이력이 없는 PD였고 배틀그라운드는 장르도, 개발 과정, 출시 방식도 국내에 전례가 없는 프로젝트였다. 규모가 큰 조직은 아무래도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틀그라운드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만든 게임인가.
 
배틀그라운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게임 규칙을 가지고 있다. 100명이 섬에서 싸워 최후의 1인이 승자가 된다는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또 한판, 한판 세션제 운영이기 때문에 몰입도도 아주 높다.
 
다른 한가지는 배틀로얄이란 장르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배틀로얄이란 장르가 한국인 개발자만으론 만들기 어려운 장르라고 봤다. 글을 읽는다고 그들의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지에서 이 장르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브렌든 그린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배틀그라운드 제작에 함께하게 됐다. 그린 디렉터는 배틀로얄 모드를 최초로 만든 사람이다.
 
그린 디렉터가 이전에 개발했던 'H1Z1'과 '아르마' 같은 게임들을 통해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개발하게 됐다. 맵 디자인이나 총기 밸런스부터 시작해 유저들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그의 노하우를 녹였다.  그 비전에 맞춰 최대한 개발해 오리지널리티를 만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배틀로얄게임의 특성에 맞게 유저들이 느끼는 몰입도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또한 초기부터 유저들과 소통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해 온 점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미완성의 게임을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스팀 얼리엑세스 방식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유저 분들의 피드백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서다. 얼리엑세스 출시 전에도 테스트를 여러번 진행했다. 개발 과정이 1년 정도 되는데 20% 정도를 테스트에 할애할 정도였다. 테스트가 진행되는 주말마다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글로벌 전체 게임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개발 초기부터 개발과 커뮤니티 활동을 같이 해왔고 커뮤니티를 통한 멤버 확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우려들이 많이 불식되고 신뢰가 쌓이게 됐다. 이를 통해 버그와 같은 문제를 유저가 제기하더라도 기존에 활동해오던 '서포터'들이 얼리억세스에 대한 개념이나 개발 관련 사항들을 다른 유저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상황이 됐다.
 
지난 11일 블루홀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게임쇼 'E3 2017'의 엑스박스원 게임 프리뷰 프로그램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엑스박스원 버전 출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블루홀 
 
배틀그라운드의 해외 성과에 대해 알려 달라.
 
지난 22일을 기점으로 스팀 얼리억세스 출시 13주만에 누적 매출 1억 달러,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했다. 스팀 동시 접속자 수 23만명을 돌파하며 '도타2(DOTA2)',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에 이어 동시 접속자 순위 3위를 기록했다. 트위치 동시 시청자 수는 35만명을 돌파하며 하스스톤, 리그오브레전드 제치고 전체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트위치 전체 시청자의 15%에 해당하는 12만명 상당이 매일 배틀그라운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전체 판매량의 95%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고 국가별 비중은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등 순으로 높다. 전통적으로 게임 강세인 국가들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며 한국과 일본도 그 뒤를 바짝 추격하며 인구 수 대비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스팀 얼리억세스 최단 기간 100만장 판매를 달성해 '아크(ARK)'의 기록을 경신했고 현재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북미 유럽에서 특히 반응이 좋은데.
 
위에서도 언급했듯 초기부터 유저들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해온 커뮤니티기반 스노우볼링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서구 유저들의 경우 자발적인 지원자들이 많은 편이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용자들이 생기고 활동이 이어지고 멤버 확장이 계속되어 간다.
 
두 번째로는 스팀, 트위치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활용이 있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는 코어 유저들이 모여있고 게임 콘텐츠가 훌륭하면 콘텐츠와 이용자 사이에 선순환 구조가 일어난다. 게임 콘텐츠가 훌륭하면 순위가 올라가고 다시 게임 판매율이 상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트위치라는 방송도 실제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트위치를 통해 노출이 늘어나고 스트리머들의 시청자 수도 증가하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머들을 통해 직접적인 마케팅을 하기 보다 파트너십을 통해 스트리머들의 성장을 돕는 부분을 보다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커스텀 모드를 먼저제공하고 피드백을 통해 게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 등을 통해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부분에 중심을 두고 있다.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라는 점도 있다. 이런 개발 시스템은 저도 처음인데 그린 디렉터 말고도 외국인 개발자 분들이 제작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8개국 정도의 개발자 분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린 디렉터처럼 한국에 이주한 분들도 있고 화상 회의로 협업하는 직원 분들도 세계 각국에 있다. 폴란드, 네덜란드, 러시아, 이집트, 스페인 등의 개발자가 있고 그래서 배틀그라운드가 더 글로벌할 게임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배틀그라운드의 올해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는.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정식 출시이다. 현재 배틀그라운드가 얼리억세스로 출시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게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얼마 전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E3 2017'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발표했듯이 엑스박스원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콘솔 개발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실제 콘솔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부분들을 위해 계속 고민 중이다. 유저 성향이나 컨트롤러가 다른 문제도 있고 게임 콘텐츠 자체를 콘솔에 맞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루홀 '배틀그라운드'. 사진/블루홀
 
e스포츠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e스포츠 관련 업체들에게서 제안이 많이 오고 있다. 다만 자체적인 e스포츠 리그를 열기 보다는 커뮤니티 내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e스포츠 대회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당장 외연을 확대하기 보다는 정식 출시까지 기본에 충실하며 유저 분들이 겪는 불편함 최소화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e스포츠 자체는 목표가 아닌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 e스포츠의 가능성을 위해서는 우선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보는 재미 자체는 트위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이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한가가 중요하다. 배틀그라운드는 경쟁이 가능한 게임으로 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올해에는 다양한 방향들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보는 재미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버그도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탑다운으로 e스포츠를 만들고자 하지 않는 큰 방향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북유럽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드림핵을 통해 e스포츠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지만 드림핵의 경우도 큰 e스포츠 대회가 아닌 유저들의 랜파티 같은 개념이다. 그 외에는 인비테이션 정도만 시도하고 있다. 스트리머에 대한 지원과 플레이어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우리의 접근 방식이며 여전히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사항들을 개선하고 있다. 연말 정도에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블루홀의 개발 분위기가 자율적, 수평적이라던데 어떤가.
 
한국의 개발 문화가 점점 대중성을 추구하는 방향이었고 배틀그라운드는 게임의 장르로 봤을 때나 개발 방식으로 봤을 때나 워낙 국내에 전례가 없던 프로젝트라 어려움이 많았다. 더군다나 게임이 흥행 산업이다 보니 목표 수치를 제시하기도 어렵고 성공작들로 무장한 화려한 경력도 없었다. 그래서 개발 당시 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회사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블루홀이 제작사로서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 PD들 의견을 잘 듣고 합리적으로 판단을 하는 편인데 그런 개발환경이 크게 도움이 됐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블루홀이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양질의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대표 온라인게임 '테라'도 국산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기준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성과를 냈고 모바일게임 '볼링킹'과 '아처리킹'도 같은 맥락이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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