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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만난 김상조 "제재만 능사 아냐…자발적 변화 기다릴 것"
"기업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없지 않아"
"경제당국, 예측가능한 개혁 추진 뜻 모아…기업, 또다시 변화 기회 놓쳐선 안 돼"
2017-06-23 14:59:33 2017-06-23 14:59:33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새정부의 대기업 관련 정책은 예측가능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 노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과거 시민단체 활동 때도 그렇고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삼성, 현대, SK, LG 등 대규모 기업집단은 한국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증거이며, 미래에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빈말이 아니며 우리 국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재계와 4대그룹 측 인사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그런데 제게 한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경제 전체 차원에서나, 개별그룹 차원에서나 경제,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며 "그렇다면 각 그룹의 경영전략과 의사결정 구조도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업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특히 소수의 상위 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기업의 잘못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기업도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혹시 그룹의 최고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적기에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저의 완벽한 오해일 수도 있겠다. 또 기업인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제가 너무 조급한 것일 수도 있다. 공정위원장인 제가 오해와 조급증을 갖고 있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어 이를 두려워하는 마음에 하루빨리 만나 대화하고자 했던 것이니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경제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대화하고 소통하고 배려와 양보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시장경제 원리 속에서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개혁을 추진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사전규제법률을 만들어 기업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정위의 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나아가 새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이해를 구함으로써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주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이날 간담회의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인들도 정부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달라. 경청하고 협의할 것이며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기업인들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겠다"며 재계와의 소통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결코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다. 공정위원장으로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린다. 그 과정에서 충실히 대화하겠다"며 "다만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점, 우리 기업이 또다시 변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인사말을 마쳤다.
 
김 위원장에 앞서 인사말을 건넨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새정부 들어 대기업 정책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많은 관심이 있었다. 정부와 경제계가 따로 만날 기회가 없고 언론을 통해서만 경제현안에 대한 무성한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막연한 불안감과 우려가 증폭된 측면도 없지 않다"며 "오늘 만남이 정책불확실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간담회의 의미를 평가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과 4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사장.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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