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국정원의 셀프개혁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 2017-06-21 06:00:00 수정 : 2017-06-21 06:00:00
공안기관들이 셀프개혁을 위한 기구들을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경찰이 외부인사들로 경찰개혁위원회를 설치하자 국정원이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국정원개혁위)를 발족했다. 새 정부가 셀프개혁을 요구한데 따른 일이다. 물론 스스로 개혁을 하겠다니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에도 국정원은 이와 비슷한 기구를 만든 적이 있었다. 예전의 중앙정보부, 안기부 시절부터 있어왔던 대표적인 정치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정원의 개혁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던 당시의 국정원 진실위원회는 3년 동안 활동하고 총 6권의 보고서를 내고 활동을 종료했다.

국정원진실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진실규명을 통해 구축된 귄위·신뢰회복”을 이루었고, 국정원 구성원들을 변화시켜서 “조직원 개개인이 민주적 가치를 지향토록 유도함으로써…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국정원은 간첩조작과 같은 인권침해 사건을 저지르지도 않았어야 하고, 대선에 댓글부대를 만들어서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 만들어진 국정원개혁위 산하에 설치되는 적폐청산 티에프는 이명박·박근혜 시기 국정원의 대표적인 탈법사건들인 ‘12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한다. 그 사건의 목록들을 들여다보면 “댓글사건 등 국정원의 대선 개입, 극우단체 지원,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서울시 공무원간첩사건 조작, 엔엘엘(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최순실 측근의 인사 전횡,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개입,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 등이다.

국가정보원법은 제9조에서 국정원 전 직원의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정치관여죄로 7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를 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의 목록들에서 보는 것처럼 국정원은 지난 정부 시절에 버젓이 정치에 관여하는 행태를 보였다. 원장과 임원들의 독려 속에서 자행된 이와 같은 범죄 목록을 보면 이건 국가 정보기관이 아니라 범죄소굴이었지 않나 싶을 정도다.

셀프개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간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얼마나 활동을 할 수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과거 국정원진실위의 경우 국정원이 갖고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도 무척이나 어려웠다. 국정원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러지 말라는 보장이 있기는 한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국정원의 셀프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위의 사건들과 관련된 책임자들만 문책한다고 해서 정치에 관여해온 국정원의 행태를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국정원개혁위는 국정원법의 개정 방향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서훈 원장은 국정원개혁위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국내정치와 완전히 결별할 수 있는 개혁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한 점이 큰 그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 국정원 통제 권한을 강화해야 하고, 국정원에 부여된 수사권을 축소하거나 박탈해야 하며, 정부의 각 부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권’도 없애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의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전처럼 근사한 보고서 내고 마는 들러리 위원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

2016년 국정원은 다시 원훈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라고 바꾸었다. 원훈대로 정보기관의 본령에 충실할 수 있게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두지 말아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정원은 아예 해체하자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지도 모른다. 국정원이 더 이상 인권침해기관, 정치권력의 시녀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 나도록 국정원개혁위의 활동이 의미 있는 결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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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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