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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비방하려면 그에게 지면 내준 언론 뺨 먼저 때려야"
한인섭 교수 '안경환 여혐' 논란 반박…“가히 악마적 발췌편집”
"반여성은 커녕 친여성…유리천장 깨고 미혼모 여고생 인권 보호"
2017-06-14 17:01:08 2017-06-14 17:50:2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일부 언론이 제기한 ‘여혐’, ‘마초’ 논란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한 교수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과 참여정부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진보성향의 법학자다.
 
한 교수는 14일 자신의 SNS에 ‘안경환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하루 사이에 반여성적 인물로 매도되어 버린 안경환 교수에 대한 팩트 체크’ 사람은 글로도 말하지만 실천으로 해내긴 훨씬 어렵다. 저는 서울법대 안팎에서 안 교수님과 많은 일을 함께 했기에 그를 소상히 안다”고 전제한 뒤 안 교수의 과거 여성 인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글에서 “(안 교수가) 서울대 법대 학장을 시작했을 때, 남자교수 34명, 여자교수 0명. 여교수 채용에 별 관심없고, (여)학생들도 미온적인 상태에서, 그는 여교수 채용을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남성지배적 법학의 관점도 바꾸고, 여학생의 롤모델도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퇴임때까지 여교수 4명, 남교수 3명을 신임채용했다. 반여성은 커녕 친여성이라고 선배들로부터 엄청 공격받았다. 내부로부터 바꾸기, 이게 진짜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유리천장을 허문 공로로 (안 교수는)여성단체가 주는 ‘여성권익 디딤돌상’을 받기도 했다”며 “여성교수 채용 뿐 아니라 타교 교수들을 여러 분 채용해, (서울대 출신의)폐쇄리그도 처음으로 확실히 깼다. 그만큼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리더십이 확실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안 후보자가 국가인권위원장 당시 일궈낸 성과를 예를 들어 여성인권에 대한 그의 열의를 설명했다. 그는 “(안 교수가) 국가인권위원장이었을 때 미혼모 여고생의 교육권 문제가 올라왔는데,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많으니, 대체로 주춤한다. 그러나 그는 미혼모에게 학교 다닐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그 보장을 위해, 여러 곳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청과 지역단체들을 설득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미혼모들도 퇴학되지 않고, 학업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관철시켰다”고 소개했다.
 
한 교수는 안 후보자가 학문적 연구에서도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한 사실도 소개했다. 그는 “(안 교수는) 영미법 전공자로서, 미국 여성운동의 여러 면모를 알려주고, 성희롱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했다”고 강조하고 아동인권 의제화, 국내 첫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단행본 제작, 공익인권법센터 첫 개설 등을 성과물로 꼽았다. 한 교수는 특히 “인권/젠더 의제에 관한 한, 동년배에선 별종으로 불릴 정도로 앞장선 게 틀림없다”고 힘 줘 말했다.
 
이에 앞서 일부 언론이 전날 안 교수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를 근거로 안 교수를 비판한 것에 대해 한 교수는 ‘악마적 편집’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책의 부분 부분을 발췌하면, 뭐 이런 사람이 있냐는 생각도 들지만 그 책은, 노장년 꼴통남성들을 잠재적 독자로 여기고, 소위 남성이란 인간 속에 들어있는 수컷다움을 비교, 풍자, 각성시키고자 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장년 남성들이 제대로 이해 못하는 점, 즉 여성의 생각과 대비시킴으로써 여성이해에도 기여한다. 그들에게, 변해야 한다는 각성을 심어주자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남성-수컷의 속생각을 적어놓았는데, 그 부분만 뽑아 인용하면 완전 마초 같이 보이지만 전후 맥락을 보면 그 반대이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여러 언론에서 서평을 실었는데, 어제 같은 관점의 비난은 없었다. 그런데 장관후보자가 되어 일제히 비방조로 인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관점에서 한 교수는 “책 말고도, 지금 비방되고 있는 인용구는 전부 기성의 언론에 칼럼으로 실린 것이다. 그때는 물론 반여성적이라는 비판, 지적은 일체 없었다. 수십년간, 언론사들은 그에게 다투어 칼럼을 의뢰했다”며 “공격하려면, 그런 칼럼에 귀중한 지면을 내준 자기 언론의 뺨을 먼저 때리는 게 우선순위인 것 같다”고 질타했다.
 
전날 일부 언론에서는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를 근거로 안 후보자가 여성 혐오자 내지는 여성 비하자, 성매매 찬성론자, 왜곡된 여성관을 가진 ‘마초’라며 공격했다. TV조선은 전날 "지난해 중년의 부장판사가 성매매하다 적발된 사건을 놓고는 '위법의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된 법관 연령이라면 아내는 자녀교육에 몰입해 남편 잠자리 보살핌엔 관심이 없다"며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한 교수는 그러나 안 교수의 저서 중 해당 부분에 대해 “문제현상을, 탈선한 남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입장에서, 짧지만 여러 각도로 묘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남자라는 인간의 '치명적 약점'을 꼬집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배우자의 책임'을 거론한 것으로 왜곡 평가해, 마치 탈선을 아내책임으로 몰아간 듯이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남자란 무엇인가’ 276쪽에는 "문제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 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답답한 사정이 위법과 탈선의 변명이 될 리는 없다. 다만 남자의 성욕이란 때로는 어이없이 악마의 유혹에 굴복한다. 이는 사내의 치명적 약점이다"라고 적혀 있다.
 
TV조선은 또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며 여성을 원하는 게 사내의 염원이어서 성매매는 근절하기 어렵다고도 썼습니다”라고 보도했으나 한 교수는 저서 본문을 직접 인용해 “‘인간의 몸이 재화로 거래된 역사는 길다. 노예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120쪽)”라고 명시한 뒤 “인간 몸을 재화로 삼는 노예제도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쓴 앞 문장은 기자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성매매를 예찬했다는 다른 언론 기사에 대해서도 안 후보자가 같은 책에서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성도 상품이다. 성노동이 상품으로 시장에 투입되면 언제나 사는 쪽이 주도하게 되고, 착취가 일어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성매매는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악의 제도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남성 지배 체제라고나 할까?"(113쪽) 라고 쓴 부분을 인용해 “(안 교수는) 분명히 성매매는 차별, 착취의 악의 제도라 쓰고, 남성지배체제의 끈질진 폐단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기자는 안 교수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은근슬쩍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끝으로 왜곡된 보도에 대해 “가히 악마적인 발췌편집”이라며 “‘남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아주 복합적인 책이다. 그같이 발췌편집을 해 본뜻을 왜곡하고, 인사청문회의 먹잇감으로 삼는 짓거리에 대해서는 질타를 먹여야 한다. 현명한 시민은, 언론의 현혹과 낙인찍기에 속절없이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세종로출장소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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