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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일제고사' 9년 만에 폐지…표준평가로 전환
교육부, 국정기획위 제안 수용해 오는 20일 평가에 적용
2017-06-14 17:06:54 2017-06-14 17:06:54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그간 줄 세우기 식 '일제고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모든 중·고교생들이 치르는 '전수평가'에서 일부 학생만 대상으로 한 '표집(샘플)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14일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을 전수 평가에서 표집평가로 변경하는 안을 교육부에 공식 제안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국정기획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청과 학교간 등수경쟁으로 왜곡돼 원래 취지에 맞지 않다"며 오는 20일 예정된 학업성취도 평가부터 표집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분석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1986년부터 매년 시행됐다. 대상은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지난해에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국어·수학·영어를, 중학교 3학년 학생 1.5%를 대상으로 사회·과학을 평가했다. 그동안은 표집평가와 전수평가를 오가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전수평가를 실시해오고 있다. 
 
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초중학교 일제고사 폐지'를 교육공약으로 이미 약속한 바 있어, 국정기획위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제안에 깊이 공감했다"며 "학업성취도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경쟁을 넘어서는 협력교육과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국정기획위 제안을 반영해 오는 20일 학업성취도 평가는 시·도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내년부터는 전면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되 교육부에서 선정한 표집학교에서 단위학교 시행 매뉴얼에 따라 평가가 진행된다. 
 
교육부는 가장 최근에 시행한 학업성취도 평가 표집 시행규모 등을 고려해 최소 3%의 표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과 분석을 위한 표집 규모는 전체 대상 학생 총 93만5059명의 약 3%인 2만8646명으로 중학교는 476개교 1만3649명, 고등학교는 472개교 1만4997명이다. 
 
아울러 시·도교육청별 결과와 학교 정보 공시는 제외된다. 또 오는 11월 평가 결과를 발표할 때는 국가수준 분석 결과만 발표하고, 시·도교육청별 결과는 발표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행일이 촉박하지만 시·도교육감들의 제안을 최대한 존중해 시행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며 "시·도교육청에 시행 계획 변경에 따른 혼선을 방지하고, 표집학교 등 시행 학교에서의 엄격한 평가 관리를 위한 협조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교육청은 향후 표집방식으로 평가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비표집학교의 경우 학교에서 구성원의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평가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의 경우 표집학교는 중학교 38개교, 고등학교 40개교다. 
 
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교육청은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학업 부진의 판단은 수시로 실시해 지체 없이 보완하겠다"며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표집방식으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전교조는 교육부 결정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데로 별도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21일 서울 광진구 소재 한 중학교에서 열린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 학생이 시험지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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