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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양삼승 변호사 '권력, 정의, 판사 : 폭풍 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 펴내
2017-05-31 19:39:07 2017-05-31 19:51:4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오늘의 한국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은 '권한과 책임에 걸맞는 통찰력과 용기'를 보여주지 못한 사법부에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장 비서실장 출신의 원로 변호사가 해법을 제시했다. 양삼승 변호사(71·사법연수원 4기·사진)가 펴낸 ‘권력, 정의, 판사 : 폭풍 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 (까치 펴냄)’가 그것이다. 앞의 일갈은 지금의 사법부에 대한 양 변호사 지적이다.
 
책에는 양 변호사가 법조 경력 45년 동안 고민해 온 우리 사법부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이 밀도 있게 스며 있다. 특히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시절인 1995년 미국 Eisenhower 재단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만난 앤터닌 스캘리아(Antonin Scalia) 미연방 대법관과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양 변호사는 스캘리아 대법관과의 대화에서 법관의 독립과 권력에 대한 저항, 인권의 보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기대했지만 매우 원론적인 답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양 변호사가 법관의 독립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자 스캘리아 대법관은 “그런 우려나 두려움에 대한 극복은 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고 권한이기 때문에 구태여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연방 대법관에 임명됐다. 미연방 대법원 내 보수의 아이콘으로, 1986년 대법관이 됐다가 2016년 2월 사망했다.
 
어찌 보면 무덤덤한 스캘리아 대법관의 답변이었지만 양 변호사는 그 때부터 대한민국 사법부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실증적으로 찾으려 본격적으로 노력했다고 말한다. 책에는 그런 그의 고민과 노력이 총 4개의 부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법부의 원초적인 모습 ▲우리 사법부의 역사상 의미 있는 판결 10개 ▲우리 사법부의 문제점 총론적인 해결책 ▲각론적인 해결책 등이다. 
 
양 변호사는 책에서 “내가 이 책을 쓴 까닭은 왜소화된 사법부의 구성원들이 종래 언급하기를 꺼리고 금기시해온 주제에 접촉하는 것이다. 용기와 통찰을 강조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거스르지 못할 관행과 금기는 있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어 “45년간 법조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통해 쓰여진 이 책이 사법부의 구성원인 판사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며 법조인들의 용기와 통찰력 있는 판단을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사법시험 14회 합격 뒤 25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당시 12대 대법원장인 윤관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법무법인 화우의 대표변호사를 거쳐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 영산대학교 석좌교수, 영산법률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화우 고문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권력, 정의, 판사 : 폭풍 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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