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식품, 온라인 판매도 백화점 못지 않죠"
임학진 옥션 식품팀장 인터뷰
옥션표 간편식 '맛집로드'…"십고초려 섭외·깐깐한 개발로 품질 높여"
"온라인에서 한우도 잘 팔리는 환경 만들고파"
입력 : 2017-05-31 06:00:00 수정 : 2017-05-31 06:00:00
[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성북동 기사식당 돼지불백. 대구 빨간어묵. 부산 연탄불 꼼장어. 제주 복국. 전주 떡갈비. 서울 대림동 양꼬치. 속초 닭강정.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이 메뉴들은 모두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의 작품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옥션이 각 지역의 맛집과 함께 손잡고 만든 간편식 '맛집로드' 시리즈다. '맛집로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간편식은 모두 21종으로 상품 평점은 평균 95점을 훌쩍 넘겼다. 옥션은 '맛집로드' 이외에 신선식품 브랜드인 '파머스토리'와 지역 인기 먹거리를 선보이는 브랜드 '명물스토리' 등을 통해 온라인 프리미엄 식품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옥션의 채소류 판매량은 전년대비 51%, 국내산 육류와 생선류 판매량은 각각 40%와 43%씩 증가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연간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액 증가율 20.4%를 뛰어넘는 성과다. 지난 2009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 합류해 식품 사업을 이끌고 있는 임학진 옥션 식품 팀장을 만나 파머스토리와 맛집로드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임학진 옥션 식품팀장. 사진/이베이코리아
 
임학진 팀장이 프리미엄 식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2014년 하반기다. 당시 옥션은 신선식품 전문관인 '파머스토리'를 론칭했다. 고품질의 농축수산물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다. 파머스토리의 핵심은 옥션의 식품 담당 매니저와 식품 유통 전문가가 직접 산지에 방문해 품질을 확인한 제품만 엄선해 내놓는 데 있다. 각 제품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생산자의 실명과 얼굴도 내걸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그냥 좋은 상품이라고 외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죠. 생산자들이 직접 농사지은 제품에 얼굴과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선보이고, 100% 무료반품 제도까지 도입한다면 소비자들이 신뢰도를 높이 살 것이라 생각했어요. 판매자들도 얼굴을 걸고 하다 보니 훨씬 성의 있게 제품을 준비해줬죠."
 
임 팀장의 전략은 통했다. 생산자실명제를 통해 고객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매출로 연결됐다. 지난해 하반기 파머스토리의 매출은 해당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던 지난 2014년 하반기에 비해 6배 이상 뛰었다. 초창기 80여개로 시작했던 상품은 2년만에 270여개로 늘었다.
 
파머스토리와 같은 해에 론칭한 '명물스토리'도 옥션의 효자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별 유명 맛집과 인기 먹거리를 모아놓은 온라인 전문관으로 오픈마켓 최초의 시도였다. 명물스토리는 출범 일년여 만인 2015년 5월 전국 맛집의 인기 메뉴를 간편식으로 선보이는 '맛집로드'라는 스핀오프 시리즈를 낳기도 했다.
 
"신선식품은 파머스토리로, 가공식품은 명물스토리로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두 서비스를 거의 동시에 기획했어요. 1년정도 지나니 맛집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더라고요. 방송에서도 먹방(먹는 방송)이 많이 주목받는 시점이기도 해서 맛집 상품을 개발해서 판매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죠."
 
하지만 인기 맛집을 설득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임 팀장은 섭외를 위해서는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가 기본이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맛집 사장님들은 온라인 사업에 대한 큰 니즈가 없어요. 돈도 잘 벌고 있고 괜히 잘못했다가는 가게 이미지만 안 좋아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맛집의) 설거지를 도와줬다, 청소를 도와줬다 할 정도로 많은 설득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히스토리가 쌓이다보니 (맛집로드를) 괜찮은 코너라고 인정도 해주고 예전만큼 영업이 힘들지는 않게 됐죠."
 
섭외라는 큰 산을 넘으면 다음에는 제품개발이라는 까다로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맛집 사장님들이 오케이 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고 한다.
 
"일단 섭외가 끝나면 맛집 사장님들이 엄청 깐깐해져요. 맛, 패키지, 서비스 등 모든 것에 자신의 브랜드를 걸고 판매하니 그럴 수밖에 없죠. (제품을 만들어 가져가면) 사장님이 이 맛이 아니라며 반려한 적도 많았죠. 만들어진 제품의 맛이 식당에서 파는 것과 가장 비슷하다고 오케이가 나야만 하니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현재까지 맛집로드는 모두 21곳의 맛집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 팀장은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대구 33 막창'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건 제가 아이디어를 좀 드린 제품이에요. 기존에는 온라인에서 생막창을 주로 많이 팔았는데 이 제품들은 냄새도 많이 나고 연기도 많이 나 집에서 요리해서 먹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우연히 캠핑을 갔다가 친구가 사온 초벌구이 막창을 먹어봤는데 조리도 편하고 너무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막창 상품을 개발할 때 초벌을 해서 팔자고 역제안을 했죠."
 
 
옥션에서 '맛집로드' 상품으로 선보인 간편식 '대구 33 막창'. 사진/이베이코리아
 
임 팀장이 생각하는 맛집로드의 가장 큰 성과는 2년 가까이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 제품을 탄생시킨 점이다.
 
"사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즉석조리식품은 1년 이상 롱런하는 게 어려워요. 처음에 반짝했다가 시들시들해지고 이후 유사상품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다시 매출이 몰리는 식이죠. 그런데 맛집로드는 현재 21개 상품 중 20개를 꾸준히 판매하고 있어요."
 
롱런의 비결은 철저한 사후관리에 있다. 맛집로드 상품은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95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수명이 끝난다. 현재 20개의 상품이 남아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상품이 만점에 가까운 만족도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맛집로드는 2년간 누적판매수량 25만5000여개를 기록하며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코너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기본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초기에는 신규 메뉴를 오픈할 경우 3000~5000개가 판매됐다면 최근에는 1만개 수준으로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다 판매 제품은 '전주 오목대 사랑채 갈비탕'으로 2만227개나 판매됐다.
 
 
임학진 팀장(가운데)과 옥션 식품팀. 사진/이베이코리아
 
임 팀장은 앞으로 옥션에서 파머스토리나 맛집로드 같은 프리미엄 식품을 꾸준히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식품이라고 하면 B급 제품이나 가정용 실속형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데 특화된 것처럼 인식됐는데 이걸 극복하는 게 저희의 숙제에요. 향후 몇 년간은 온라인에서도 백화점급의 고퀄리티 상품이 잘 팔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파머스토리나 맛집로드처럼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상품을 늘려가기 위한 작업을 계속 할 겁니다."
 
온라인 식품 유통업자로서 임 팀장이 꿈꾸는 미래는 한우를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베이에 들어올 때 면접에서 '온라인에서 한우가 잘 팔리게 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한우는 비싼 만큼 온라인에서 편하게 구매하기 어려운 상품인데 그런 한우마저 온라인에서 잘 팔린다면 그 땐 어떤 제품이든 다 잘 판매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한우가 잘 팔릴 만큼 온라인 신선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는 않은데요, 그 단계가 되면 옥션의 식품팀도 더 많이 커지지 않을까요."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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