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물고기 이야기)여름철 으뜸 보양식 '농어'
2017-05-26 06:00:00 2017-05-26 06:00:00
문성용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농어는 여름철(6~8월)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농어의 맛을 비유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5월에 농어를 고아 먹으면 곱사등이(곱추)를 편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한 선비가 타지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고향 송강의 농어의 맛을 그리워하다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되돌아갔다는 일화를 근거로 한 '송강노어(淞江盧魚)'라는 사자성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옛 중국 사람들도 농어의 맛에 반했다고 전해진다.
 
농어는 날씬한 몸과 큰 입이 특징으로 다른 어류에 비해 가늘고 길며, 몸의 등쪽은 푸른색을 띠며 옆줄 아래 배쪽은 은백색을 띤다. 지역에 따라 경남 통영에서는 농에, 부산에서는 까지맥이, 전남에서는 깔다구·껄덕이로 불린다. 농어의 어원을 들여다보면 정약용의 자산어보에서는 농어가 검은색 물고기라는 의미의 노어(?魚)에서 유래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런 노어가 정약용의 '아언각비'에 '노응어'라고 적고 있는데 현재에 와서 농어(農魚)로 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농어를 '스즈키'라고 부르는데 이는 대표 생선이라는 의미로 스즈키(鈴木)라는 성을 가진 일본인이 많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농어는 농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연안, 동중국해, 대만에 걸쳐 분포한다. 봄과 여름에는 먹이 활동을 위하여 내만의 얕은 곳으로 이동하고, 겨울철에는 월동과 산란을 목적으로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잡히는 농어는 모두 3종(농어, 점농어, 넙치농어)으로 측면에 반점이 뚜렷한 농어와 반점이 약한 농어가 주로 어획된다. 생태적으로 보면 점농어는 10~11월에 농어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산란하며 몸 크기가 50cm(4세어) 정도로 성장하게 되면 약 18만~22만개의 알을 갖는다. 먹이는 몸크기가 20cm 미만인 어린시기에는 동물성 부유생물(소형갑각류), 20cm 이상이 되면 어류로 먹이 전환을 하게 되는데 주로 멸치, 전갱이를 먹는다.
 
'바다의 웅담'으로 불리는 여름철 으뜸 보양식 '농어'.
 
농어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서식하는 중요한 상업성 물고기 중 하나로 1990년대 후반까지 어획량이 증가하여 1999년에는 약 2천5백 톤이 어획되었지만 2000년 이후 매년 1천톤 내외로 어획량이 줄었다. 농어를 주로 잡는 어업은 그물을 수면에 수직으로 펼쳐서 조류를 따라 흘려보내면서 물고기가 그물코에 꽂히게 하는 유자망어업과 한 가닥의 기다란 줄에 가짓줄에 낚시를 달아 걸리게 하는 연승어업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다 루어낚시의 시작이 바로 갯바위 농어 루어낚시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봄철부터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는 수산자원의 번식과 보호를 위해 포획금지체장과 기간을 지정하고 있는데 몸 크기가 30cm 미만의 농어를 잡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농어는 방어와 숭어처럼 자라면서 이름이 달라진다 하여 출세어라 부르며,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길(吉)한 물고기로 대접 받았다. 낚시꾼들이 농어를 잡으면 '복권'을 산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무더위가 한창인 7월에 잡히는 농어는 바라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와 전복을 주로 찾게 되지만 진정 수산물 마니아라면 농어를 먼저 손꼽는다. 농어는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오장을 보하고 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회를 쳐서 먹으면 좋은데 많이 먹어야 좋다'고 적었다.
 
농어는 횟감용 생선으로 인기가 높다. 조선시대에는 농어 살을 가늘게 썰어서 상에 올렸다고 한다. 넙치(광어)와 조피볼락(우럭)처럼 흰살 바다 생선으로 고단백·저지방 식품으로 다른 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질 함량이 적어 맛이 깔끔하고 살이 부드러워 소화가 잘 되는 식품이다. 비타민 A와 D의 함량도 높아 야맹증 예방은 물론, 뼈를 튼튼하게 할 수 있어 성장기 어린이뿐 아니라 환자나 노인에게도 좋고, 양질의 타우린을 함유하고 있어 혈압조절,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고 간장을 해독하므로 피로회복에도 으뜸 보양식이다. 농어의 쓸개를 ‘바다의 웅담’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조들은 농어 쓸개를 넣고 담근 쓸개주를 과음한 다음 날 속을 풀기 위한 해장술로 마셨다고 한다. 또한 농어는 강한 산성식품이므로 회로 먹을 때는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