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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빅데이터, 사람 향할 때 획기적 가치 창조”
고객·조직을 데이터로 만드는 아마존과 구글…숫자 분석 넘어설 때 새 세상 열려
‘빅데이터 경영 4.0’| 방병권 지음|라온북 펴냄
2017-04-20 08:00:00 2017-04-20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1.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자사와 관련된 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한 번은 고객이 비행기 연착으로 짐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상황을 트위터 계정에 올린 적이 있다. 자사의 트위터 모니터링을 하던 직원들은 즉시 이를 발견했고 해당 고객의 짐을 빠르게 찾아줬다. SNS를 데이터화해 새로운 서비스 가치를 이끌어 낸 대표적 사례다.
 
#2. 국내 제약업체 유유제약의 ‘베노플러스’ 탄생 배경엔 고객이 있었다. 부종, 벌레 물린 데 바르는 목적으로 개발된 약은 제품 출시 초기 때 시장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약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자 했던 회사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새로운 행동을 발견하게 된다. 부종, 벌레 등 다른 목적보다도 멍을 푸는데 약을 더 많이 이용한다는 것. 이후 유유제약은 멍이 잘드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광고, 영업을 하게 됐고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 전문가 방병권씨는 신간 ‘빅데이터 경영 4.0’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고 데이터를 분석해가는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에 주목한다. 그가 보기에 이러한 기업들은 세상에 대한 관찰, 인문학적 호기심을 수많은 데이터들로 전환시켜 혁신적인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전통적인 경영 환경에서 데이터 분석의 범위는 한정적이었다. 기업들은 단순히 각종 실험 결과나 설문조사 결과에서 도출된 숫자를 분석하기에 바빴다. 그 결과를 고스란히 경영 전략에 반영했고 회사 비전의 큰 뼈대로 삼았다.
 
하지만 초연결성이 중요해지는 오늘날 숫자 자료만으로는 세상을 온전히 분석할 수 없다. 문자, 그림, 사진, 소리, 동영상, 센서 등 다양한 경로 속에 사람의 행동 패턴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떠다닌다. 그 속에서 기업은 경영 활동에 유의미한 자료를 선택적으로 찾고 조합, 가공해야 획기적인 성공 전략을 짤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기업의 활동을 ‘빅데이터 경영’이란 말로 표현한다.
 
그가 보기에 빅데이터 경영을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는 아마존이다. 온라인 상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고객의 이용형태를 다각도로 수집, 분류하고 분석한다. 이렇게 가공된 정보로 아마존은 고객별 맞춤형 페이지, 추천과 배송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들을 만들게 된다.
 
저자는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데이터를 강조하면서도 그 속에 인간적인 따뜻함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러한 데이터 경영 철학은 아마존이 월마트를 넘어 미국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됐고 오늘날 클라우드 서비스나 인수한 워싱턴포스트에도 확장 적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실천 기업인 구글은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경영법을 쓴다. 경영진은 회사 구성원들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자율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분석한다. 실제로 2002년 래리 페이지는 직원들의 업무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훌륭한 관리자가 지녀야 할 8가지 덕목을 결론 내리기도 했고 주요 프로젝트들의 성공 요인은 개개인의 자질보다 팀의 협력 정도에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저자는 “이처럼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중심에 둔 구글의 사내 데이터 경영 방식은 전 세계 지식 혁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구글은 높은 꿈을 크게 꾸고 그 꿈을 구성원들과 함께 나눈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SK하이스텍 대표이사로 재임하는 동안 빅데이터 경영 개념을 다양한 국내 현장에 활용한 저자의 사례들도 담겨 있다. 잔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생하던 식당에 메뉴 조정과 식품 품질 개선 등을 제안해 환경부 주최의 ‘2016년 음식물 쓰레기 공모전’을 수상한 사례, 사람들이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심리학 ‘일관성 원리’를 이용해 고속 버스의 비매너를 개선한 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빅데이터의 세상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의 모든 사람들 바로 옆에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널려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매우 어려운 대상으로,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 직접 나가 사람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호기심으로 문제제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다.”
 
다만 저자는 빅데이터 활용 시 사생활 보호의 문제 등 윤리적 부분의 고민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객들의 출산시기에 맞춰 할인 쿠폰을 보냈다가 한 여고생의 임신 사실까지 드러낸 미국 유통업체 타깃의 사례가 소개된다.
 
그는 “빅데이터 사용에 앞서 전제돼야 할 사항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다는 원칙과 사회적 합의의 존중”이라며 “빅데이터는 전에 없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용할 때는 자신이 세운 가정과 분석 방향이 사회적으로 합리적인지 전문가와 협의해 보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빅데이터 경영 4.0’ . 사진/라온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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