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청년 일자리 창출과 격차 해소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진 2015년, 정부여당(구 새누리당) 지도부의 아침회의 자리에 꼭 등장하는 말이 있었다. 바로 '하르츠 개혁'이다. 독일식 노동개혁 성공 사례를 본받아 우리도 노동개혁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개혁 5대법안' 처리를 주장하던 정부여당은 '노동개악'이라는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친 끝에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만이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매달리는 처지에 몰려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파면으로 핵심국정과제가 올스톱되면서 노동개혁을 말하는 사람도 사라졌다. 이제 그 빈자리는 노동현장의 불합리함을 해결하고, 저출산 극복을 위해 근로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자는 대선주자들의 목소리로 메워지고 있다.
문재인, 노동시간 줄여 일·삶·가정 양립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재정경제·노동' 분야를 최우선순위 공약으로 선정하고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다. 법정 노동시간인 주52시간을 준수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 확충 대책인 동시에 일·가정 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비교대상 회원국(34개국) 중 2위에 해당하는 '장시간 근로국가'로 분류된다. 시대적 과제인 만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대선주자 대부분이 근로시간 단축을 약속하고 있다. 2020년까지 근로시간을 연간 1800시간대로 단축하고자 하는 문 후보는 출퇴근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해 '눈치야근'을 해소하는 '칼퇴근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적극적으로 해소함으로써 대응할 예정이다.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가칭)을 만들어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화로 절대적인 비정규직 규모를 OECD 수준으로 감축하고 ▲동일기업 내 동일가치 노동·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도록 강제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의 경우 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함께 마련해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한다. 근로기준법 상 '강제근로 금지' 유형을 상세화하는 '알바 존중법'도입을 통해 '30분 배달제'와 같은 부당한 업무지시를 제한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일하는 여성을 위해서는 남성(배우자) 공동 출산 휴가 기간을 14일까지(유급 10일, 무급 4일) 확대하고, 출산 후 3개월까지 육아휴직급여를 2배 인상(200만원 상한)한다. 또한 8세 또는 초등 2학년까지 최장 24개월 범위 안에서 임금 삭감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유연근무(10 to 4 더불어 돌봄 제도)를 시행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정부 사업으로 제공되는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 기준 43만개에서 80만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임금도 2020년까지 현재 월22만원에서 월 4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2배 확대' 계획을 실행한다.
안철수, '직무형 정규직' 도입 민간 확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정부의 고용정책 기조를 '일자리 질적 개선'에 두고자 한다. 비정규직 양산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부터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하고, 이를 민간기업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조달제도를 개선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업체에게 불이익을 주고, 반대로 정규직 전환 노력이 인정되는 기업에게는 세액공제 감면 등 혜택을 부여한다.
보상체계의 개편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안 후보는 국가임금직무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연령과 학력이 아닌 직무와 전문능력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보상시스템 구축을 약속하고 있다. 국가임금직무혁신위원회에서 노사단체와 전문가의 협의를 거쳐 숙련, 경험, 책임,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한 임금개혁의 중장계계획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안 후보 역시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한다. 포괄임금제와 고정 초과근무 관행을 개선하고,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대해 1일당 11시간 이상의 최소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연간 1800시간대의 근로시간을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강성 귀족노조 개혁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노조의 기득권 타파'에 노동정책의 포커스를 맞춘다. 홍 후보는 ▲강성 귀족노조 고용세습 등 불합리한 노동관행 혁파와 편향된 이념의 노조 개혁 ▲최저임금 1만원 임기 내 실현(중소기업, 자영업 등 지원 방안 강구) 등을 노동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한도는 2배 인상해 부모의 육아휴직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승민, ‘돌발노동’ 금지 공론화 시선 끌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기존의 보수정당과 다르게 노동·여성 분야 공약을 최우선순위 공약으로 내놨다. SNS를 통한 돌발노동을 금지하는 '칼퇴근법'을 발표해 여론의 관심을 크게 받았다. 노동과 육아·저출산 분야 공약의 밀착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유 후보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자녀를 적극적으로 돌볼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과 민간의 동등하나 육아휴직 기간 보장 및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노동정책의 기조로 삼고 ▲육아휴직 3년법 ▲칼퇴근법 ▲비정규직수 획기적 축소 등 노동개혁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등의 공약을 내놨다.
유 후보는 특히 현해 만8세 또는 초등 2학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 규정을 '만18세' 또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확대해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언제든지 주어진 휴직기간 내에서 휴직을 활용할 수 있는 ▲자녀 성장 단계별 돌봄 휴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을 200만원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수당을 통상임금의 40%에서 60% 수준으로 상향조정해 육아휴직 급여율을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일·가정양립 지원 정책 평가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나타난 2015년 기준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기간 중 소득대체율은 29%로 유급 육아휴직제도를 시행하는 나라 중에서 낮은 편에 속한다. 슬로베니아(90%), 오스트리아(80%), 독일(65%) 등이 우리보다 높고, 슬로바키아(23.4%), 벨기에(20.3%), 핀란드(20.1%) 등이 우리보다 낮다.
OECD 국가 패널 자료 분석상 휴가 및 휴직 기간, 급여의 소득대체율,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의 모성보호제도 관련 지출 규모 등이 국가의 출산율과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 후보의 공약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심상정, 비정규직 확산이 '헬조선'의 핵심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자의 절반인 874만 비정규직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고 있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151만원이고, 이들의 54.6%가 1년 미만의 근로 기간을 보장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비정규직 확산 방지를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계절적 업무·질병과 사고로 인한 결원 대체, 기간이 정해진 한시적 업무에 대해서만 비정규직 채용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법적 책임 의무 부여 ▲공공기관·대기업 비정규직 즉각 정규직 전환(약20만명), 중소기업 단계적 적용 및 지원 확대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 위한 업종별 임금산정 가이드라인 설정 등을 공약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근로시간 단축을 약속하고 있는 심 후보는 연간 1800시간으로 노동시간 상한을 정하고, 단계적으로 주35시간 노동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근로시간 단축 목표면에서 가장 강도가 강하다.
최저임금 역시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노동자 평균월금 300만원 시대' 달성을 위한 중간과제적 목표로 최고임금법 도입과 함께 추진된다. 최고임금법은 최고경영자 등 고위임원의 보수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원·하청 간 초과이익공유제를 실시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헌법적 가치인 '노조 할 권리'를 제한 없이 보장한다. 헌법 조문 중 '근로'를 '노동'으로 변경해 노동가치 존중을 명시한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균형을 위한 '슈퍼우먼 방지법' 제정도 추진한다. 출산전후 휴가를 현재 90일에서 120일로, 배우자 출산휴가를 5일에서 30일로 연장한다. 육아휴직 급여 상·하한선을 50만~100만원에서 80만~150만원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 기간도 16개월로 확대한다. 부모의 동등한 육아참여를 위해 부모 각각에게 3개월의 육아휴직을 할당한다.
노동정채 관련 원내5당 대선후보 주요 공약사항. 자료/각 후보 캠프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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