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재벌개혁이 장미대선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들의 재계 인맥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재벌개혁을 공약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어, 재계로서는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맥 활용의 유혹을 느낀다.
다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오랜 정경유착이 드러난 만큼 쉽사리 다가서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그룹 차원에서 대관조직을 패쇄했고, SK도 "대관팀에 정치권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한화 측도 "지금 상황에선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며 "이는 재계 전체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관계 중심의 로비를 근절하자는 취지의 일명 김영란법도 부담이다.
각 대선 캠프들도 혹여나 재계와의 관계가 부담이 될까 접근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양측 관계자들은 12일 "선거기간 중 경제인과의 개별적 만남은 단 한 건도 없다"고 못 박았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실수 하나가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특히 대선자금 용도로 연결되면 해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경남고·경희대 학연으로 똘똘
문 후보는 경남중·경남고 등 부산 인맥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인적 인프라를 확대했다. 경남고 인맥은 GS와 맞닿아 있다. 허창수 회장은 문 후보의 경남고 4년 선배(21회)이며, 우상룡 GS건설 사장은 동기동창이다. 교류가 활발하진 않지만,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허 회장과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를 놓고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박영안 태영상선 사장, 정철수 일신화학공업 사장도 문 후보와 경남고 25회 동기동창이다. 선·후배로는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19회), 박준 농심 부회장(20회),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24회), 정철길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27회) 등이 있다.
경남 중·고 출신의 경제인 모임인 ‘덕경회’ 역시 문 후보의 든든한 우군이다. 전·현직 덕경회 회장인 오완수 대한제강 회장과 송규정 윈스틸·윈하이텍 회장을 비롯해 윤성덕 태광 대표이사 사장, 홍하종 DSR제강 대표이사 등이 주요 멤버다. 문 후보가 직접 모임에 참석하진 않지만 일정부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문 후보 측 관계자 전언이다.
경희대 학맥으로는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이 손꼽힌다. 이 회장은 유성티엔에스 설립자로, 재경 서라벌경제인 연합회장도 맡고 있다.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가 문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주가가 등락한 것도 문 후보와 이 회장의 각별한 사이 때문이다. 경희대 총동문회장을 역임한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문 후보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 최평규 S&T그룹 회장, 양호철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회장,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하병호 현대백화점 상근고문,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고문 등도 문 후보의 대학 동문이다.
이밖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었던 이상호 우리들제약 이사장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대성파인텍 등기임원인 이재순 변호사도 문 후보 사람으로 분류된다. 적게는 45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문 후보를 후원한 문용식 아프리카TV 창업주와 문미숙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대표이사, 김을재 금양통신 대표 등도 문 후보 지원군이다.
안철수, 경영인 시절 인맥 화려…서울대·스탠퍼드대 학맥도
안 후보의 재계 인맥은 문 후보보다 화려하다. 특히 벤처비즈니스 과정을 수료한 미국 스탠퍼드대 학맥이 주목받는다.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을 운영하면서 지금은 해체됐지만, 대기업과 벤처기업인 간 친목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를 고리로 한 인맥도 눈에 띈다.
스탠퍼드대 학맥에는 LG그룹 후계자인 구광모 상무,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 구본웅 하버퍼시픽캐피탈 대표 등 GS와 LG가 자제들이 많다. 서울대 의대 출신 중에선 박용현 두산강연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의사를 본업으로 하지 않는 동문모임 ‘경의지회’ 멤버들이 사실상의 후원자로 분류된다.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도 인맥 관리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 법과대학 생명과학과 법센터 연구원을 지냈다.
안 후보는 브이소사이어티를 주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가까운 사이이며, 회원으로 있던 재계 오너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도 브이소사이어티 멤버였다. 이런 안 후보의 인맥과 안랩의 경쟁력은 삼성SDS가 안랩에 주요주주로 참여하게 만드는 배경이 됐다. 안랩은 삼성 뿐 아니라 LG, SK 등 다수의 대기업에 백신 프로그램을 공급했다.
안 후보는 또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측근인 조용경 포스코엔지니어링 전 부회장, 신철호 OGQ 대표이사 등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IT와 벤처업계도 빼놓을 수 없는 안 후보의 자산이다. 안 후보는 포털업체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대표와 특히 돈독한 사이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변대규 네이버 이사장과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이사도 안 후보와 가깝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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