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신용 총액(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의 합)은 1344조300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141조2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로 2015년 10.9%에 이어 10%대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0~2014년 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이 6.9%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폭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부동산 부양책이 꼽힌다. 2014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빚내서 집사기'가 시작됐다. 점점 내려 사상 최저인 연1.25%로 유지되고 있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부채의 속성에도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줄 정도로 빠르다는 지적에 정치권도 공감해온 지 오래다. 대통령 당선 직후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각당 대선후보들도 나름의 고민과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경우 일찌감치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7대 해법을 발표하는 등 가장 종합적인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대표적으로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을 약속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증가율 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51.5%를 기록하며, 2012년 관련 통계 이후 처음으로 150%대를 넘겼다. 2015년말 자금순환통계를 기준으로 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9.0% 수준이다.
경제당국도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안정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총량관리제'에 대해 "총량 면에서 적극적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런)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는 "가계대출 총량을 (한국은행이) 직접 규제한다면 은행의 자금운용이나 가계의 자금조달을 제약하게 되고 주택경기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한은법 28조에 의한 총량 직접 규제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은법 28조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 사항 중 하나로 '극심한 통화팽창기 등 국민경제상 절실한 경우 일정한 기간 내의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의 최고한도 또는 분야별 최고한도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문 후보의 가계부채 총량관리제에 대해서는 '당연하고, 해왔던 이야기'라는 평도 적지 않다. '소득증가율 이내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역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대책이라는 것이다. 문 후보는 이 외에 이자제한법, 대부업법상 이자율 상한선을 모두 20%로 단일화하고, 국민행복기금의 회수불능채권(103만명, 11조6000억원) 채무감면, '죽은채권'의 시효연장이가 대부업체 등 매각 행위 방지, 주택안심전환대출 제2금융권 확대 등의 방안도 내놓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DTI 대신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여신관리지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DSR의 경우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2019년부터 대출심사기준으로 정착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안철수, 채무상환구조 개선 중점…부동산 규제 필요성은 약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LTV, DTI 강화를 포함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에 관한 공약 수준의 대책은 다음 주 발표될 공약집에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캠프 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채이배 의원은 "가계부채 규모가 증가하는 속도는 결국 부동산과 맞물려 있는데 작년 말 집단대출 감소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우리 시중금리도 인상되다 보니 가계대출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따로 부동산 정책과 연관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또 가계부채 문제 접근에 있어 채무상환 구조를 '일시상환에서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는 정책의 지속적 추진과 저신용자의 이자부담 급증 가능성을 유념하고 있다. 채 의원은 "4월부터 정부가 채권 소멸시효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오픈해 자신의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채권소유자와 소멸시효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채무자들이 정보를 확인해 자신의 입장을 항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금융기관도 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해서는 고객들에게 통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부동산시장 안정화가 중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2015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한다"며 "LTV, DTI의 완화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높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유 후보는 당시 "가계부채는 개인이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게 당연한 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줄 것을 당부한다. 상환능력은 없고 부실 위험도는 높은 한계선상의 가계부채에 대책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캠프 나름의 접근 방식은 정해져 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처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며 공약과 같은 고정된 형식의 접근법에 신중한 모습도 엿보인다.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종훈 전 의원은 "첫번째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락 조짐이 보이면 투매가 일어나고, 그럼 또 폭락하는 상황에 대한 카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있긴 하지만 공약으로 내걸 성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8% 중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총고정자본형성)는 1.6%포인트로 집계됐다. 성장의 절반 가량이 건설투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시장 호조로 가계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이에 영향을 받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소프트랜딩(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전 의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이 시장논리를 세우면서 본인들만 살겠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들의 금리인상 움직임을 면밀히 감독해야 한다. 또, 취약차주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서민금융 같은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취약차주 중심 접근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 저소득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심 후보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상 이자율 상한을 20%로 인하하고, 이자의 총액이 원금을 넘지 못 하게 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개정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대부업상 이자율 상한 인하 방안은 대부업체의 대출심사 강화로 이어져 대부업체 마저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후보는 또 주택가격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은행에 주택을 반납함으로서 채무상환부담이 사라지는 유한책임(비소구) 주택담보대출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개인워크아웃과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감면율 확대,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도 공약하고 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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