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동반성장펀드 '절반의 상생'
동반성장펀드 절반은 휴면자금…"2·3차 협력사로 확대해야"
2017-04-11 15:51:42 2017-04-11 16:59:26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SK하이닉스가 상생제도인 동반성장펀드를 통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협력사 운영자금으로 투입한 금액은 총 3170억원. 4년간 1차 협력사 181곳이 저리로 자금을 대출받았다. 다만, 재무사정이 열악한 2·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은 전무해 상생 의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해당 펀드를 통해 대출을 받은 협력업체는 2013년 34개사, 2014년 44개사, 2015년에는 52개사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규모도 571억원에서 749억원, 98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지원 협력사는 51개사, 대출 지원금은 862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원·하청 상생의 일환으로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했다. SK하이닉스와 기업·하나·산업·농협은행 등이 총 692억원의 기금을 출연했다. 2015년에는 1505억원으로 불었다. 이중 SK하이닉스는 775억원을 부담했다. 협력사는 설비 구매 등 운영자금이 필요할 경우 시중금리보다 1.5% 낮은 저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이들에게 동반성장펀드는 든든한 안전망이다. 하지만 2·3차 협력업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지원 대상이 1차 협력업체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수혜가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나은 1차 협력사들에게 제한되면서 2·3차 협력사들의 불만도 높다. SK하이닉스의 2차 협력업체인 A사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연평균 2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 중이며, 올해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역대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2차 협력사라는 이유로 동반성장펀드를 활용할 수 없다. 현재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운영자금을 대출받고 있으며, 금리는 연 3~4% 수준이다. 지난해 예금은행 중소기업 대출금리(3.69%)와 비슷하다.
 
2차 협력사들을 위해 SK하이닉스가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설립한 동반성장보험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 또한 메리트가 없다. 동반성장보험의 대출금리는 4~5%로 일반 시중은행보다 높다. 또 1차 협력사의 신용담보가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규모도 96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2013년 대출 실적은 2차 협력사 7곳, 20억원에 그쳤다. 같은 해 1차 협력사 34곳이 동반성장펀드를 통해 571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출받은 것과 대비된다.
 
A사 관계자는 "원청에 맞는 기술 개발을 할려면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자금 조달이 어려워 한계에 부딪힌다. 1차 협력사보다 자금 지원이 절실한 건 2차 협력사"라며 "정부에서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들도 동반성장을 말하지만 현실은 생색내기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A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아예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2·3차 협력사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 원청이 말하는 상생은 홍보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협력사들은 동반성장펀드 지원이 2·3차 협력업체들로까지 확대, 보다 건실한 생태계 조성 구축으로 방향이 조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동반성장펀드 4개년 평균 이용률은 52.6%로,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묵히는 휴면자금이다. 잠들어 있는 이 돈을 자금사정이 절박한 2·3차 협력사들로 확대할 때, 결국 원청인 SK하이닉스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동반성장펀드의 혜택이 1차 협력사들에게만 돌아가면 의미가 없다"며 "2·3차 협력사들까지 시중은행보다 싸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기술 개발이나 설비 투자 등 전체적인 산업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민간기업인 SK하이닉스가 상생을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조성한 펀드인 데다, 1차 협력사들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비판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협력사가 대출을 받으려면 당사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2차 이하 협력사는 추천서를 써주기가 애매한 점이 있다"며 "2차 이하 협력사로 동반성장펀드를 확대할 계획은 현재까지 검토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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