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한 가지만 무모할 정도로 파면 길이 보입니다" 계명재 에이치케이 대표는 30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판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말한다.
에이치케이(044780)(HK)는 국내 레이저가공기 시장에서 점유율 50%로 1위를 달리는 선도기업이다. 레이저가공기란 철, 동, 알루미늄 등 금속 평판에 고출력 레이저를 쏘아 원하는 형태로 절단할 수 있도록 하는 대형 공작기계다.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계명재 대표는 귀국과 동시에 사업 구상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레이저가공기를 접하고, 사업성을 알아보기 위해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국내외 업체들을 돌아봤다. 그는 "당시 국내 레이저가공기는 대부분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제품이었고 미국은 아직 관련 산업이 성장단계에 있었다"며 "국내에서는 일부 대기업이 발만 담그고 있는 수준이어서 충분히 도전할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계명재 HK대표가 본사 사옥 앞에서 회사의 기술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결국 계명재 대표는 지난 1990년 5월30일 한광(현 HK)를 창립했다. 이후 현재까지 27년 동안 오직 레이저가공기 외길만 걸어왔다. 그는 "창업 후에 업계에서 '한광이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다 사라지고 우리만 남아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HK의 경쟁사는 독일의 트럼프(TRUMPF), 일본의 마작(MAZAK) 등과 같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외국 기업들이다.
HK가 국내 경쟁사들을 따돌린 것은 물론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 덕분이다. 여기에 공작기계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디자인 경영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시장 트렌드가 CO2(이산화탄소) 방식 레이저가공기에서 Fiber(섬유) 방식으로 넘어가는 것을 재빨리 인지하고 Fiber 방식 제품에 기술력을 집중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다품종 소량생산 기조에 따라 지금은 Fiber 레이저가공기가 시장에서 60~70%를 차지하고 있다. 디자인 역량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주력 제품인 'PS3015 Fiber' 등은 올해 독일 레드닷 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앞으로도 매년 전 세계 20여개 전시회에 제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이러한 성과를 이뤄낸 주역은 150여명의 직원들이다. 계명재 대표는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라며 "회사에서 즐거워야 좋은 성과도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HK 본사 및 공장에는 곳곳에 사내 복지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피트니스센터는 물론 스윙·퍼팅을 연습할 수 있는 실내골프장, 심지어 스크린골프장도 있다. 여기에 풋살장과 당구장, 수면실, 휴게실, 카페테리아 등도 있다. 다소 외진 회사 위치를 고려해 사내 기숙사를 비롯해 근처에 아파트 7채를 매입해 사외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성과로도 증명됐다. HK는 지난해 매출 618억원, 영업이익 21억원, 당기순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573억원), 영업이익(6억6000만원), 당기순이익(1억2000만원) 모두 크게 는 수치다. 올해도 매출 20% 신장을 목표로 한다. 계명재 대표는 "27년을 한 분야에 매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버거운 게 사실이지만 절대 멈추지 않고 레이저가공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HK 공장 냅부. 이곳에서 완성된 제품들은 전세계 35개국에 수출된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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