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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 고용 이어 투자도 후퇴…규제완화 주장 무색
작년 투자액 60.7조, 전년보다 13.4조 줄였다…당초 계획 대비 집행률 67% 그쳐
2017-04-04 17:13:39 2017-04-04 17:22:36
[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30대그룹의 지난해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감소액만 13조원을 넘어섰고, 절반이 넘는 재벌그룹들이 소극적 투자 행렬에 동참했다. 고용에 이어 투자마저 크게 위축되면서, 그간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규제완화를 요구해왔던 재계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4일 CEO스코어가 국내 30대그룹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66개 계열사의 유·무형자산 투자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총 투자액은 60조690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74조893억원) 대비 13조3991억원(18.1%) 감소했다. 절반이 넘는 17개 그룹이 투자를 줄였고, 12개 그룹만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은 제외됐다.
 
무형자산 투자액은 4464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6.1%) 늘었지만,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형자산 투자액은 13조8456억원(20.7%) 감소하며 투자 위축을 주도했다. 유형자산은 설비투자, 무형자산은 지적재산권 등이 포함된다. 연구개발(R&D) 투자는 이번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룹별로는 현대차의 감소가 가장 컸다. 현대차의 지난해 투자액은 8조4131억원으로 1년 새 절반 이상(9조9352억원, 53.4%) 줄어들었다. 무형자산 투자액은 2652억원(13.5%) 늘었지만, 유형자산 투자액이 무려 9조9003억원(61.6%) 급감했다. 현대차는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따른 비용(10조5500억원) 처리가 2014~2015년에 걸쳐 마무리돼 감소폭이 유독 컸다.
 
삼성과 SK 역시 전년 대비 투자액이 1조원 이상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투자액으로 삼성은 15조1375억원, SK는 10조8856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대비 각각 1조7625억원(10.4%), 1조4193억원(1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는 8230억원(38.4%), 한진은 4433억원(33.5%) 감소분을 보이며 감소액 상위 톱5에 포함됐다.
 
이외에 영풍(3414억원, 61.%), 신세계(3140억원, 24.7%), 현대중공업(3024억원, 33.2%), 대우건설(1374억원, 61.4%), KT(921억원, 3.1%), KCC(878억원, 23.3%), 현대백화점(836억원, 17.9%), 효성(674억원, 18.4%), LS(347억원, 12.1%), KT&G(269억원, 17.1%), OCI(244억원, 9.8%), 대우조선해양(196억원, 15.8%) 그룹 순으로 투자 감소액이 컸다.
 
반면 LG는 전년 대비 9907억원(14.2%) 늘어난 7조9587억원을 투자하며 30대그룹 가운데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에쓰오일(4119억원, 62.4%)과 롯데(4056억원, 21.8%), 포스코(1247억원, 6.5%) 역시 비교적 큰 폭으로 투자액이 확대됐다. 금호아시아나, CJ, 대림, 하림, 두산, 미래에셋, 한화, 한국타이어 등은 1000억원 미만의 소폭 증가에 그쳤다.
 
특히 이 같은 투자액 감소는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30대그룹 2016년 투자계획'과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향후 재계의 규제완화 주장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용창출과 함께 투자확대는 재계의 규제완화 주장의 핵심 근거로 활용돼왔다. 전경련은 지난해 3월 30대그룹의 투자계획 규모가 122조7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 기준에 맞춰 R&D 투자를 제외하면 90조9000억원이다. 연초 계획 대비 실제 집행률은 66.8%에 그친다.
 
전경련이 추산한 투자액 추이와 관련, 객관성 확보마저 의심된다. 전경련은 2015년 30대그룹 투자실적이 116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전경련이 제외조건을 달았던 현대차의 한전 부지 투자액(10조5000억원)을 더하고, R&D 투자액을 제외하면 실제 투자실적은 95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준에서 CEO스코어가 집계한 2015년 투자액 74조893억원과 무려 20조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실제 집행된 투자액을 집계한 것으로 오류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가령 삼성이 경기도 평택에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1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면, 이는 완공 예정인 2018년까지 나뉘어 진행된다"며 "하지만 전경련은 이를 나눠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가 진행되는 매해 그대로 투자액으로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객관성이 떨어지는 투자계획 및 실적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눈속임' 의도마저 의심케한다. 
 
한편, 지난해 30대그룹 고용은 전년 대비 1만9903명(2.1%) 줄어든 93만124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만 1만3006명(6.6%)을 줄이며 최다 감원을 기록했다. 고용 한파는 재계 1위 삼성조차 비켜가지 못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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