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사각지대 중소선사 "죽으란 거냐"
정부지원은 현대상선에만 집중…제도권은 대출금 상환 압박
2017-04-04 17:40:05 2017-04-04 17:40:05
[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국내 중소선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지원이 대형선사 위주로 이뤄지는 데다, 기존 중소선사 노선에 중대형 선사들이 가세하면서 물동량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에 중소선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한국선박해양은 지난달 7일 8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현대상선에 지원하기 위한 선박매매 양해각서 및 자본확충 계약을 체결했다. 8500억원 중 1500억원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중고 컨테이너 선박 매입에 활용되며, 나머지는 유상증자(1043억원)와 전환사채 인수(6000억원)를 통해 현대상선에 투입된다. 한국선박해양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1월 설립됐다. 산업은행(50%)과 수출입은행(40%), 자산관리공사(10%)가 주요 주주로 참여했으며, 총 출자금은 1조원 규모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유일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현대상선 회생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선대 규모나 운용 노선 규모를 감안하면 중소·중견 선사에 비해 중요도가 높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부 지원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와 불만이 높다. 한 중소선사 관계자는 "한국 해운업을 살리겠다고 출자한 1조원 중 현대상선에만 8500억원이 집중되면 나머지 선사들은 죽으라는 얘기와 같다"며 "향후 자본금 규모를 늘린다고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등 현안들이 있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출자 규모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소선사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BB+등급 이하 투기등급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시중은행에서의 정상적인 대출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운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기존 대출금에 대한 조기상환 요구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발주를 통해 선대 규모를 늘려야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해운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가중된 재무부담은 경쟁력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달 1일부터 현대상선과 흥아해운, 장금상선이 'HMM+K2'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점도 악재로 꼽힌다. 3개 선사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 선박공유, 선복교환, 선복구매 등 기존 해운 얼라이언스와 동일한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항만인프라 공동투자, 컨테이너장비 공유 등의 수준까지 협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선사들의 아시아 역내 항로 진출로 대형 선사들은 미주와 유럽 등 원양 항로, 소형 선사들은 아시아 항로에 집중했던 암묵적인 룰이 깨졌다"면서 "선복 공급과잉 현상이 해결되지 않아 운임이 낮은 상황인데 앞으로는 물동량 확보 경쟁까지 더 치열해질 판"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선박이 남아 돌면서 아시아 역내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신조 선박 발주 여력이 없는 소형선사들은 가격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에 머스크 소속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맥키니 몰러'호가 입항해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사진/광양시청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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