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세종시 원안 사수를 요구하는 현수막과 입주 기업을 환영한다는 말로 수정안 찬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현수막이 마치 대치하듯 나부끼는 충청남도 연기군.
최근의 팽팽한 대립을 반영하듯 지난 15일 찾은 연기군 거리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외려 그 긴장감을 더 고조시키는 모습이었다.
이런 긴장감을 뚫고 한창 진행 중인 공사 현장을 지나다보면 세종시 논란이 무색할만큼 아늑해보여 새로 지은 미술관이라는 착각이 들게 하는, 산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건물이 나온다.
“내가 죽으면 시신은 화장하고, 최고 수준의 화장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해 장묘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지를 남기고 지난 98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故 최종현 전
SK(003600)그룹 회장. 최 전 회장의 유지가 12년만에 결실을 맺은 곳, 바로 연기군 남면 고정리 은하수 공원 내에 조성돼 최근 문을 연 장례문화센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종시에 첫번째로 준공된 도시기반시설인 장례문화센터는 SK그룹이 최 전 회장의 유지에 따라 500억을 들여 준공해 세종시에 기부한 것이다.
대기업 총수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화장 문화 확산’이라는 유지가 탄생한 배경은 이러하다.
최 전 회장이 헬기를 이용해 전국 사업장을 돌아보다 좁은 국토를 가득 메운 묘지를 발견하게 된 것. 이후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 대해 고민하던 최 회장은 화장만이 그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하게됐고 사회 지도층이 이를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의지를 굳히게 된 것이다.
SK그룹측은 “최 전 회장의 화장 소식은 이후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 결성을 끌어내는 등 화장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는 신선한 충격이 됐다”며 “지난 98년 20%대에 불과하던 국내 화장률이 99년에는 30%를 넘어갔고 장례문화센터가 준공된 올해는 70%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서울 서초구에 화장장을 지으려는 시도도 했으나 주민의 반대가 심해 무산됐다. 이후 지난 2007년 현재의 터를 확보했으며 2년여의 공사 끝에 국내 최고 수준의 화장시설이자 무색, 무연, 무취의 친환경 화장시설을 열 수 있었다.
총면적 36만㎡의 은하수공원 안에 조성된 장례문화센터는 화장로 10기와 유족대기실 10개, 2만1442기를 수용할 수 있는 봉안단(납골당), 10개의 접객실과 빈소를 갖춘 장례식장 그리고 우리나라와 세계의 장묘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홍보관 등과 각종 편의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마감재 하나하나에 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 시설 내부는 이미 이곳이 장례센터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조차도 화장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할 정도다.
특히 자동화된 최첨단 무공해 시스템을 통해 분진, 냄새, 매연을 없애는 '3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시공된 화장로는 SK그룹이 가장 자랑하는 시설이다.
또 화장의 역사와 장점, 다양한 자연장 등의 설명이 사진, 영상자료와 함께 어우러진 홍보관은 화장을 비롯한 죽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죽음의 삶의 일부로 인식케 하는 ‘종합장례문화 교육관’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역시 첫번째 도시기반시설 장례문화센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종시 자족기능 강화는 물론 충남 지역 화장률 확대 등 장묘문화개선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정진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세종시 인근에 화장장이 없어 먼 지역의 화장시설까지 가야만 했는데 SK그룹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줘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줬다"며 “장사시설을 곧 혐오시설이라고 여기는 인식을 바꾸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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