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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냐 ‘반전’이냐…요동치는 민주당 호남경선
호남 민심은 아직도 안갯속…문 과반 여부 '초미의 관심'
2017-03-26 16:56:26 2017-03-26 16:56:26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의 시작이자 가장 큰 승부처인 호남 순회경선이 27일 광주에서 열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경선에서 과반 이상 지지를 획득해 ‘대세론’을 굳히고 초반에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문 전 대표를 추격하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어게인(Again) 2002’를 기대하며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적을 재현해 ‘문재인 대세론’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문 전 대표가 경선 레이스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 전 대표는 26일 대구광역시의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호남에서부터 압도적으로 승리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캠프에서는 60% 안팎 득표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지만 문재인 캠프가 원하는 대로 호남 경선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호남의 바닥 민심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론조사 기관마다 엇갈리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3월4주차 여론조사(21~23일 실시)에서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33% 지지율을 기록해 안 지사(11%)와 이 시장(13%)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전인 3주차 여론조사(14~16일 실시)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47%를 기록했었다. 무려 14%포인트 급락한 셈이다. 같은 기간 안 지사는 11%로 횡보했고, 이 시장은 9%에서 13%로 4%포인트 상승했다.(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같은 날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발표한 4주차 여론조사(22~23일 실시)에서는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뚜렷한 상승 추세다. 문 전 대표는 3주차 조사(15~16일 실시)에서 45.0%를 기록했지만, 4주차에는 50.6%로 과반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안 지사의 지지율은 33.7%에서 28.8%로, 이 시장 지지율은 17.8%에서 15.6%로 하락했다.
 
한국갤럽 조사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각 정당의 주요 후보들 모두를 대상으로 했고, 리얼미터는 민주당 후보들이 대상이다. 또 한국갤럽이 전화조사원의 직접 인터뷰 방식이라면 리얼미터는 전화면접과 스마트폰 앱, 유·무선 자동응답 혼용 방식 등을 사용해 조사방법에도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추세가 이 정도로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쉽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여론조사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할 만큼 호남 민심이 막판까지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발생한 각종 논란들이 지역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19일에는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둘러싼 네거티브 논란이, 20일에는 문재인 캠프 오거돈 부산상임선대위원장의 소위 ‘부산대통령’ 발언이 나왔다. 22일에는 현장투표 결과자료 유출사건, 24일에는 충청지역 경선토론 방송 중계를 둘러싼 잡음과 검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 25일에는 안철수 전 대표의 호남 경선 압승 등이 발생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각 후보 진영이 각자 조직을 총가동해 수십 만 명의 호남 경선인단을 모았지만,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오더투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기는 투표를 하는 호남 표심은 본선 경쟁력까지 감안해 끝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 캠프에서는 일단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1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면서 득표율이 어떻게 나올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문 전 대표가 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60%에 가까운 득표에 성공한다면 이후 경선에서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안희정 캠프에서는 호남에서 큰 표 차이로 지지 않는다면 나머지 경선에서 충분히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남 경선에 이어 안 지사의 텃밭인 충청 경선이 기다리고 있다. 호남에서 선전하고 충청에서 만회하면 영남과 수도권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역전을 노리는 그림이다.
 
이재명 시장 측에서는 충성도 높은 적극지지층의 위력에 기대하고 있다. 또 전국 단위 지지율에서는 안 지사에게 밀리고 있지만, 호남 지역 여론조사에서는 안 지사를 앞서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호남에서 2위를 차지해 문 전 대표와 1:1 구도를 형성하면 충분히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당내 유일의 호남 후보 최성 고양시장은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대선예비후보 합동토론회가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MBC 스튜디오에서 열려 더민주 대선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최성(왼쪽부터)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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