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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국정농단 벌여놓고"…정치권, '두마디 메시지' 일제히 비판
민주당 "국민 또한번 실망"…국민의당 "블랙코메디도 안되는 말장난"…한국당만 "예우 신경써야"
2017-03-21 16:31:37 2017-03-21 17:38:49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두 마디를 남겼다. 지난 13일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들어간 지 8일 만에 검찰에 출석하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예상 외로 짧았다. 국정농단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솔직한 심정 등이 담긴 대국민 메시지를 기대했던 정치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를 벌여 헌정 사상 최초로 헌재에 의해 파면된데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주목했던 국민들은 또 한 번 무색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마음속에 국민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종구 대변인은 “성실하게 검찰수사에 임할 것이라면 그 동안 검찰과 특검 수사에 왜 온갖 핑계와 트집 잡기로 시간만 질질 끌었는지, 더군다나 이제 와서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블랙코메디조차 되지 못하는 말장난일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박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행여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오늘 검찰 소환 당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비춰지는 과정에서도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용서를 표하지 않고 원론적인 말씀만 하신 데 대해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논평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보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원했지만 끝끝내 형식적인 메시지만 밝힌 채 검찰청사로 사라졌다”며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로서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표명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다른 정당들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국가의 품격과 국민통합을 고려해 전직 대통령의 예우와 안전에 신경 써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의 두 마디 입장 발표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한만큼 검찰 출석으로 모든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 보다는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데 방점을 뒀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걸 아시기 바란다”며 “검찰은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희정 후보 측 강훈식 대변인은 “검찰은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며 “낡은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교체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 측 김병욱 대변인은 “검찰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협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 마저 우려되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국민만 보고 법만 보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도 당당하게, 그리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손학규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며 “국정농단 사건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국민들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금 검찰이 눈치 보는 사람이 딱 한명인데, 그 사람이 (박근혜) 구속하라면 구속하고 아니면 불구속할 거다”며 에둘러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했고, 바른정당 남경필 후보는 “법치주의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사법부의 판단에 따르면 된다”고만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날 영남권 정책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면서 과거 별별 장면들이 머리를 겹치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전날 TV토론회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현관문을 통해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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