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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공적 자금의 국내외 석탄발전 투자 금지해야”
-우리나라의 공기 질은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3위, 초미세먼지는 174위
-석탄화력 줄이는 국제추세와 역행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 전면 재고해야
2017-03-06 08:00:00 2017-03-06 08:00:00
지난 2013년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미세먼지를 대기오염과 함께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에 의한 조기 사망자가 730만명에 달하고 글로벌 경제 피해 규모가 연간 5조 달러를 넘는 등 미세먼지의 폐해가 알려지자 세계 각국은 미세먼지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지난해 11월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어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경유차와 화력발전소에 관한 대책을 포함한 이 대책은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였다.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된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대책으로 건설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발전소 10기를 폐쇄한다면서 동시에 2029년까지 현 석탄 화력 발전용량의 70%에 해당하는 20기를 더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설되는 발전소에 오염 물질 배출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증설을 강행하는 것은 엇박자 행정이며, 폐쇄하기로 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의 발전량 자체가 미미하기에 ‘폐쇄’가 보여주기 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의 석탄 화력발전과 미세먼지
실제로 석탄 화력발전은 국내 최대 대기 오염원이다. 2015년 환경부 자료에 굴뚝 원격감시 체계로 관리되는 560개 사업장 중 대기오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상위 5개 사업장이 모두 석탄 발전소였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영흥 석탄 화력발전소 또한 560개 사업장 중 열 번째로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화력발전소 운영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권역별 조기 사망자 수로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가중농도로 인하여 연간 국내 조기 사망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신설되는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화력발전소 운영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조기 사망자 수가 1144명으로 산정되었다. 발전소의 내구연한을 30년으로 잡을 때 3만432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OECD의 2016년 보고서 ‘더 나은 삶 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환경부문 중 세부항목인 대기오염 수치에서 38개국 중 38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예일대, 컬럼비아대에서 공동조사 한 ‘2016 환경성과지수(EP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기 질은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3위, 특히 초미세먼지 부문은 중국과 같은 17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한 수준임에도 정부대책은 고등어나 삼겹살 등 직화구이 저감시설 지원, 노후 경유차 수도권 운행제한, 경유 택시 도입, 노후 화력발전소 10기 폐지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석탄 화력발전과 공적 금융
전문가들은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이유로 원활한 자금 조달을 들었다.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민의 당 조배숙 의원 주최로 ‘미세먼지,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석탄발전 지원을 늘려가는 정부정책 기조 변화 요구,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되고 있는 공적 자금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성찰 필요성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신설 석탄 화력발전소에 막대한 금융 지원을 했다” 며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기관들의 금융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전 발전 자회사의 신규 석탄 화력발전 건설 관련 회사채 약 2조원어치를 인수하고 민자 석탄 화력발전에 프로젝트 금융 대출을 제공했으며 산업은행 역시 민자 석탄 화력발전에 프로젝트 금융 주선 및 대출제공, 다수 석탄 열병합 발전사업 프로젝트에 금융을 주선하고 대출을 제공했다. 또한 모회사인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국민은행 역시 현재 추진 중인 신설 석탄 화력발전 사업의 금융주선 등의 업무를 진행 중이다. 금융주선이랑 공동대출의 대출자를 모집하고, 그 대가로 전체 프로젝트 금액의 일정 퍼센트에 해당하는 주선수수료를 받는 업무이다.
 
해외 석탄 화력발전 금융지원에도 참여
한국의 석탄관련 사업 투자는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솔루션에 의하면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들의 국제 석탄 금융 지원 규모는 세계 석탄금융의 9%에 달한다.
 
그린피스 손민우 캠페이너는 “한국이 공적 자금을 통해 OECD 국가 중에서 동남아시아에 개발 중인 석탄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으며, 기업들이 석탄발전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며 “ 국내 기업의 석탄발전사업 수주가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 지적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오일체인지인터네셔널(OCI)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지원한 석탄발전의 피해비용은 약 10조원으로,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대 규모이다.
 
전문가들은 석탄 화력에 대한 공적 금융 제공 중단 또는 제한이 시급하여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기후솔루션은 “국민연금법,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국민연금기금 운용규정 등 자금 운용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등 법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활용하여 국민은행의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매출의 일정 부분 이상이 화력용 석탄의 연소에서 발생하거나, 그 활용 에너지의 일정 부분 이상을 화력용 석탄의 연소로 얻는 회사, 에너지용 석탄을 국내에 수입하거나 해당 석탄이 채굴되는 광산을 운영하는 회사 등에 투자나 대출의 금지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중단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의 당 정책 위원회 정태윤 부의장 역시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 제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이를 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각 관련법에 공적 금융 제한방법을 개별적으로 규정하는 경우, 법체계가 복잡해지고 누락의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녹색성장기본법의 타법에 대한 우선적용 조항 및 금융관련조항을 활용하여 이 법에 규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 자체에 대한 직접적 규제보다는 간접적 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제기되었다. 국회 입법조사처 원종현 조사관은 “석탄을 통한 에너지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가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적정규모의 생산기반은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공권력을 통한 강제성에는 신중해야 한다” 면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촉구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석탄 화력발전 공적 금융 제한 움직임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주법 185호에 의해 석탄회사에 대한 투자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에서 가장 큰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의 석탄 화력회사(thermal coal company)에 대한 신규투자를 금지하였고 오는 7월 1일까지 석탄 화력회사에 대한 기존 투자를 회수하기로 하였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지난 2014년 에너지용 석탄 관련 회사에 대해 투자를 금지하기로 했다.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석탄화력에서 매출의 30% 이상을 얻는 회사 등은 연기금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가 가능하도록 연기금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 화력발전과 관련하여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성열 전력산업과장은 “지난 7월 정부는 석탄발전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해 석탄발전이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을 제시했으며, 신규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진입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전력수급 안정이라는 정력정책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기에 앞으로 석탄 화력발전소를 보다 깨끗이 운영해 나가면서 청정화력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 저감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석탄 화력발전의 기능을 유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 셈이다.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 등 환경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석탄발전, 원전 등 에너지 믹스의 대대적인 개편과 정부의 정책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이소록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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