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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민연금기금의 구조개혁 방향
2017-02-28 08:00:00 2017-02-28 08:00:00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 찬성을 표했던 국민연금의 결정이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이어지면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노후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안전판으로 인식되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특정세력에 의해 왜곡될 경우 얼마나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우리는 지금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비용은 안타깝게도 특혜를 본 소수집단이 아니라 대다수 평범한 가입자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구조개혁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구조개혁 작업은 부당한 외부압력으로부터의 간섭을 줄이는 방향성(즉,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자산운용의 전문성과 운용절차의 투명성도 동시에 고려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독립성의 강화는 운용수익률 극대화의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국민연금의 적립금 규모는 이미 60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5~6년 이내에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쌓아놓고 있다 보면 외부로부터 손 쉬운 표적이 된다. 정부나 정치세력은 특정한 정책적 또는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적립금을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 낮은 수준의 투자수익률 또는 투자손실로 연결된다. 물론 국민연금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모든 투자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공적 기능 집행에 대한 판단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구조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기금운용의 전문성 강화에 대한 요구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 경제에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어 감에 따라 금융상품의 수익률 저하도 장기화 추세에 있다. 이러한 금융시장 환경의 변화로 인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2000년대 이전의 경우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을 제외하면 항상 10% 이상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하였으나, 최근에는 5%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운용수익률의 저하는 국민연금의 기금고갈시점이 빨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상품의 수익률 저하가 글로벌한 현상인 것이 사실이지만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위험대비 수익률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용절차의 투명성 강화는 국민연금기금이 수탁자로서 가입자에 대해 가지는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통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산의 선정과 퇴출, 소유한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권리의 행사 등에 관한 운용지침을 사전적으로 마련하고 실질적인 집행내역과 사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공개를 통한 투명성의 확보는 외부로부터의 감시장치가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제다.
 
국민연금기금의 독립성, 전문성 및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접근방식이 활용될 수 있겠지만, 국민연금기금의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전문가 집단으로 전환시키고 집행기구인 기금운용본부를 공사의 형태로 분리하는 방식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사용자 대표, 근로자 대표, 지역가입자 대표, 관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기에 정부로부터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작용할 우려가 있으며, 대표성을 강조해 위원회를 구성하다 보니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위원장을 민간전문가에게 맡기고 위원회의 구성인원을 기금운용에 관한 전문가를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크다. 이해관계자의 대표들로 정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운영전략을 설정하고 기금운용에 대한 감독의 역할을 부여하되, 기금운용위원회는 충분한 전문성을 확보한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기금운용의 성과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하여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현재의 운용조직은 운용전략의 집행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적립금 수준에 비해 운용자산과 실행전략의 다양화는 한걸음 더디게 진행된다는 평가다. 전체 국민연금의 조직체계안에서 기금운용본부의 운용효율성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기금운용본부를 운용을 전담하는 별도의 체제로 분리한 후 평가 및 성과보수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여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공적연금 운용기구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높은 전문성으로 국민의 은퇴생활 안정에 기여하는 국민연금으로 발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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