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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행정도시 세종)①"정치·행정수도로 키워야" vs "위헌 논란 피해 기능 강화부터"
안희정·남경필 "사법부까지 이전" 가장 적극적…문재인 "선 기능강화 후 수도이전"…국회 분원 설치는 가시권
2017-02-20 08:00:00 2017-02-20 08: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수도 이전' 문제는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항상 선거 판도를 바꿀 초대형 이슈로 작용해왔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고, 그 이후로도 '세종시 문제'는 대선정국의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됐다.
 
조기대선이 확정적인 19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주자들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주요 공약들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수도 이전이 헌재의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결정에 따라 좌절되고, 아직 반쪽짜리 미완의 형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종행정수도 완성'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다.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등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핵심기관 이전을 주장하며 세종시를 정치·행정수도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애초 참여정부가 구상한 행정수도에 가장 근접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들 보다 조금 낮은 수위의 세종시 공약을 내놓았고 있다.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등의 재편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번 위헌 결정이 나온 상태에서 청와대 이전까지 주장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방분권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안희정·남경필 "청와대·국회·대법원, 모두 이전해야"
 
안희정 지사는 세종시를 정치와 행정수도로 키워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달 말 대전·세종·충북·충남연구원 공동 주최로 연 정책토론회에서 "600년간 이어온 한양 중심의 역사를 바꿔야 한다"며 "'인서울'이 아니면 '루저'가 되는 촌스러운 대한민국을 바꾸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안 지사는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대법원과 대검찰청(대검) 등의 세종시로의 완전 이전을 공약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업무를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작동시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안 지사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지방분권이나 국토균형발전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남경필 지사가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대검 등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하면서 안 지사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안 지사와 남 지사는 지난달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공약을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선 행정도시 완성, 후 수도이전"
 
'위헌' 논란으로 청와대와 국회 본원 이전의 경우 당장은 어렵지만, 국회 분원 이전은 여야 대선 후보가 대체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전체를 옮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후보마다 입장차가 있지만, 행정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분원과 중앙행정기관을 추가로 이전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도 개헌이 필요없는 국회 분원과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 등 중앙부처의 추가 이전만을 우선 약속한 상태다. 
 
문 전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대신 '행정중심 도시 완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 분원 설치를 비롯해 미래부와 행자부 이전을 통해 세종시의 행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식'에서 "세종시를 진정한 행정중심도시로 완성해 행정수도의 꿈을 키워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도 가능하면 세종시로 내려와서 각 부처의 업무를 보고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 경내가 아닌 정부세종청사로 옮기는데 이어, 세종시에도 집무실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졌다.
 
안철수 "국회 분원 설치로 비효율 극복"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세종시 이전에 대한 기본적인 청사진은 문 전 대표와 유사하다.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해 국회 상임위 관련 회의 때 장관과 공무원들이 국회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이 세종시로 내려와서 상임위 활동과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치분권강화 측면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이 시장 측은 원칙적으로 청와대 이전에는 공감하지만 행정부나 국회, 기타 기관 등의 이전은 더 고심해서 향후 발표할 계획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경우 행정수도와 관련해 직접적인 정책발표는 없는 상태지만, 기본적으로 지방분권을 개헌의 의제로 삼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수도 이전은 개헌 사안?…안희정 "관습헌법 재해석으로 가능"
 
수도 이전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지만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됐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관습헌법'에 위반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이후로 세종시는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중심복합 도시로 자리 잡았다. 행정기능이 서울과 세종시로 양분되면서 비효율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남경필 지사는 개헌을 통해 위헌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달 9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개헌을 할 때 단순히 권력구조만 넣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수도 이전과 같은 사안을 넣어서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도 남 지사와 마찬가지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와대와 국회 등의 세종시 이전을 골자로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법부 기관의 이전에 대해서는 확실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희정 지사는 개헌이 아닌 관습헌법의 재해석을 통해서도 행정수도 이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질적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고 국회와 각 기관들의 공간이 마련된다면, 관습적으로 ‘서울은 현재의 수도’라고 했던 국민의 생각도 바뀔 것”이라면서 “그러면 헌재의 관습헌법 해석에도 다른 해석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의 관습헌법 재해석론 주장은 4당체제에서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하나로 모으지 못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초 개헌특위가 구성되는 등 개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권력구조 개편과 국민 기본권 강화 등 기초부터 손봐야 될 부분이 많아 이를 내년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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