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개인연금 디폴트옵션(자동투자) 제도 도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퇴직연금에서도 군불때기에 나서고 있다. 개인연금 디폴트옵션 허용이 주목되는 건 얻게 되는 효과가 곧 퇴직연금까지 확대 가능한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8일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가능한 개인연금상품이 적어도 올 하반기에는 시장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개인연금시장에 큰 변화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개인연금상품에 투자일임형을 도입하는 내용의 개인연금법 제정안을 지난 연말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관계부처 협의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통과를 전제하면 연내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한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운용회사가 능동적으로 가입자 성향에 맞는 적당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스스로 운용할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가입자 자산을 수탁자가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기본투자상품으로 자동 운용하는 구조다. 디폴트옵션이 활성화되고 있는 호주나 북미,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효과를 입증한 제도다.
현재 90%가 넘는 퇴직연금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만으로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로 평가된다. 국내 사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OECD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퇴직연금 시장이 지난해 2분기 기준 약 130조원으로 급격한 성장한 가운데 노후 준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금융투자업계는 개인연금이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자 수익률 제도에 도움되는 것으로 확인되면 퇴직연금에서도 도입 의지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다각도로 협의하는 중"이라며 "고용부도 도입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 도입이 어려운 만큼 디폴트옵션 초석인 대표상품제도로 취지에 맞게 시장이 기반을 다지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관련 세미나를 열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이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담은 방향이 당국의 의중을 상당 부분 반영된 방안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도입 검토 시기가 장기화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규제와 신탁계약의 가입자 운용지시 요건과의 상충을 우려하거나 금융사가 고보수 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원금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데 보수설계나 자산군 투자 관련,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원칙을 지키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맹점은 저성과시 수탁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인데 법으로 규제하는 면책 등 직접규제나 상품혁신(시장규율)이 답"이라며 "퇴직연금 운용체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체계를 개편해 디폴트옵션 도입은 물론 수탁자 면책제도 도입에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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