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핀테크 베타서비스도 못하는 금융규제 완화
입력 : 2017-02-02 17:47:42 수정 : 2017-02-02 17:47:42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지난해 말 외환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금융회사인 핀테크 업체도 해외송급 업무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의 벽이 높다는 것이 핀테크 업체들의 하나 같은 목소리다.
오는 7월1일 외국환거래법 개정안 발효 시기에 맞춰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선행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베타서비스를 비롯한 일체의 서비스 준비 작업을 불허하고 있다. 상반기 내로 비트코인에 대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연초에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를 옥죄는 모순되는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핀테크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등 주요 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말로만 규제 완화지, 규제의 끈을 놓치 않으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모 핀테크 업체는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에 앞서 시험적으로 소액이체를 진행한 것인데, 바로 경고를 받아 모든 사업이 잠정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현행법상 핀테크 업체가 해외 송금을 하는 불법이다. 당연히 법을 어기는 행위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핀테크 규제 완화가 진행되고, 개정안까지 나온 마당에 테스트까지 엄격한 잣대로 가로막는 것은 과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법적 엄밀성만 고집하다가 금융 사고의 위험을 되레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독자적으로 해외 송금업을 준비해 오던 핀테크 업체들은 혼돈에 휩싸였다.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는 데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베타서비스를 먼저 실시해야 하지만, 정부는 아직 법 발효 전이라 불법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라며 "6개월 동안 손 놓고 기다려야 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IT 전문가들은 정부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핀테크 선진국들은 벌써 기존 은행 시스템을 능가하는 각종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고 있는데, 우리만 거북이걸음이란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금융규제를 고집하고 있는 사이, 영국은 완화된 규제와 다양한 지원을 골자로 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금융시장의 허브로 재부상했다. 영국의 핀테크 업체 트랜스퍼와이즈는 이같은 지원에 기반해 매일 7억5000만달러(8754억)의 송금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대표 비트코인 업체의 누적 송금액인 400억과 비교가 안되는 높은 수준이다. 중국도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이 핀테크 기술을 앞세운 회사를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란 호칭에 안주하고 있을 때, 다른 나라들은 과감한 규제 완화로 몇 발 더 앞서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핀테크 업체는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계속 밀릴 수 밖에 없고,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핀테크 서비스에 의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동력이 줄어들어, 국가 경쟁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말로만 핀테크 지원을 외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그렇게 외쳤던 금융개혁 취지에 맞게, 기존의 틀을 뒤집어 놓을 새판에 마음놓고 도전할 수 있게 탄력있고 유연한 규제 완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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