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리은행이 지분매각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면서 5차례의 도전 만에 민영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우리은행만의 자율경영을 통해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민영화 완료에 마냥 기뻐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의 남은 지분은 추가 매각하고 관심사가 다른 과점주주들을 이끌고, 집단 경영체계를 안정화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주사 전환과 인사개편도 큰 숙제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예보가 IMM PE에 대한 우리은행 주식 매각물량 중 은행법상 한도초과보유 2%에 대한 주식양도 및 대금수령 절차를 31일 완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13일 낙찰된 7개 과점주주의 낙찰물량 29.7%에 대한 매각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면서 공적자금 투입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정부는 공적자금 총 10조6000억원을 회수하고, 우리은행은 자율경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의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이사회 활동을 적극 협조하고 예보 잔여지분을 매각함에 있어서 공적자금 관리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은행은 과점주주 지분매각이란 큰 산을 넘었지만, 여전히 지배구조 안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21.4%의 잔여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과점주주 체계를 구축했지만, 단일주주가 보유한 지분 기준으로는 여전히 예보가 최대주주이다.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매각절차를 완료하고 민영화의 단초를 마련했다. 사진/우리은행
이 때문에 정부가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위기 시 20%가 넘는 지분을 근거로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가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해지 즉시 은행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이 약속이 지켜질지 미지수다.
더욱이 예보는 우리은행 이사회에 직접 추천한 비상임이사를 한 명 두고 있어서 언제든지 이사회에서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주사 전환도 숙제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이광구 행장과 함께 연내 지주사 전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민간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증권과 보험, 자산운용, 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계열사를 늘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하려면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뿐 아니라 보험, 증권사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점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위험이 존재한다. 과점주주들이 자주적으로 경영에 나선다 해도 서로 입장과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대한 투자회수에 무게를 둔 과점주주가 있는가 하면, 계열사 간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추가하는 과점주주도 있다. 과점주주들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 행장도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민영화된 우리은행은 과점주주에 의한 집단 경영이라는 새로운 지배구조의 시험대에 올라있다"라며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언급한 바 있다.
인사개편으로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작업도 거쳐야 한다. 우리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지난 16년간 경쟁 은행보다 수동적인 조직으로 관료화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부·지점장급 중간 관리자가 많은 전형적인 항아리형 조직 형태라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재빨리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쇄신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을 융합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지난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돼 출범한 우리은행은 지난 18년간 인선과정에서 갈등을 겪어 왔다. 최근에는 상업은행 출신인 이 행장의 연임이 제기되자 한일은행 출신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오는 3월에 실시되는 임원 인사로 내부갈등을 풀어내고, 과점주주 체계를 안정화시켜야 민영화가 본궤도에 올라설 것"라며 "과점주주 매각 완료는 첫 단추를 끼운 것일 뿐,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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