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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기둥)③반토막 난 해외수주, 내년엔 반등 가능성
기대감 높았던 이란 수주 전무, 업계 선별 수주도 감소에 한 몫
악성 사업장 준공으로 수익성 개선 및 AIIB 인프라 발주 본격화
2016-11-30 08:00:00 2016-11-30 08: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제 유가 하락과 중동 등 주요 산유국의 재정 부족으로 부진했던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사업이 내년에는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악성 해외 사업장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손실은 축소되는 반면 아시아 인프라은행(AIIB)이 주도하는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 인프라 시설 확대 프로젝트로 인해 본격적인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183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 가량 감소했다.
 
지역별 수주는 금액기준으로 아시아가 48.5%로 가장 비중이 높고, 중동이 28.4%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3위를 기록했던 중남미가 감소한 반면, 북미·태평양(9.8%)은 수주가 늘었다.
 
공종별로는 석유화학플랜트 등 산업설비의 비중이 예년보다는 낮아졌지만 48.4%로 여전히 가장 높고, 다음으로 토목 33.0%, 건축 13.1% 순으로 나타났다.
 
중동지역 중 높은 수주실적을 기록했던 이라크에서의 수주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UAE,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국가에서의 수주 감소가 올해 해외 수주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수익성 위주의 수주에 나서 것도 해외수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상반기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으로 기대가 높았던 이란 시장에서의 MOU가 연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의 실망감이 더욱 컸다.
 
건설업계와 한국건설경영협회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29.4% 줄어든 326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14년 대비 30% 가까이 감소한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30%가량 감소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도 더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 전망은 올해에 비해 밝은 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내년 해외수주는 올해 대비 약 40% 증가한 455억달러로 예상된다.
 
올해 발주가 지연된 중동지역 석유화학플랜트 발주가 재개되고, AIIB의 아시아 인프라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발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IB 출범으로 2020년까지 매년 약 150억달러 이상 인프라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라며 "국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의 전력공사, 태국의 상하수도공사, 러시아의 철도사업 등 참여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란 수주의 가장 큰 걸림돌인 달러결제 문제가 해결될 경우 연간 8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인프라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정부는 가스, 발전, 화학 등 플랜트 분야를 비롯해 댐, 병원, 도로, 항만 등 인프라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대표적인 악성 사업장 공사가 내년 상반기 대부분 마무리된다는 점도 내년 전망을 밝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형사들은 해외현장에 약 7조5000억원의 손실을 반영한 바 있다. 또 저가수주 사업장에 대한 잠재 리스크로 인해 신용등급 하락과 자금조달 시 더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오는 2018년까지 약 1조5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대부분 골칫거리 해외사업장이 준공되면 충당금 규모가 줄어 유동성이 확대되고, 수익성 개선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저가수주 현장 및 악성 현장이 내년 상반기면 대부분 완공된다"며 "하반기부터는 수익성 개선은 물론 잠재적인 해외사업 리스크도 줄면서 신용등급 상승 및 자금조달도 더욱 원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올해와 비교해서는 소폭 증가하겠지만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된 가운데 그의 공약대로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증가할 경우 현재의 저유가 기조가 지속돼 중동 산유국들의 대규모 발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평균 50~55달러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더라도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들의 악화된 재정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자금이탈로 이어져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국가 중 재정 회복 속도가 빠른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이란 등을 중심으로 재 진출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협상력 강화를 통해 중동지역 미청구공사액에 대한 관리 강화로 손실을 최소화 하고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단기 환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유가로 인한 중동 국가의 발주 감소로 2년 연속 해외수주가 감소한 가운데 내년에는 AIIB발 발주가 본격화되며 해외수주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페트론 정유공장 2단계 프로젝트 현장.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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