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모로우)결국 물거품 된 노인복지 정책…"설익은 공약으로 표만 챙겼다"
증세없는 복지재원 마련 애초부터 불가능…노인복지 공약 대부분 폐기처분
입력 : 2016-11-29 15:34:31 수정 : 2016-11-29 15:34:31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은 앞다퉈 노인복지를 공략한다. 유권자의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젊은 층의 유권자보다 노년층의 유권자의 힘이 더욱 세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인복지 공약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노인복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말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60대 이상 노령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건 기초노령연금 확대 공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전까지 소득과 재산이 적은 하위 70%에게 월 최대 9만4000원을 지원하던 기초노령연금을 2013년부터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확대하고 액수도 두 배(20만원) 이상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은 결국 재원 문제로 사실상 철회되는 수순을 맞았다. 소득 상위 30%에게는 연금을 주지 않고 나머지 하위 70%에게는 국민연금과 연계해 매달 10만~20만원 지급하기로 수정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영 의원이 취임 7개월 만에 공약 수정을 놓고 자진사퇴를 하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유감을 표명해야 했다.  
 
우리나라에 기초노령연금이 처음 시행된 건 2008년 1월이다. 기초노령연금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4월 제정됐다. 강기정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기초노령연금법은 소득 하위 노인 60%를 대상으로 평균소득의 5%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은 불과 3개월 뒤인 2007년 7월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요구가 반영돼 지급 대상을 하위 70%로 확대해 개정됐다. 
 
기초노령연금은 처음에 국민연금과 연계해 추진됐다.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주도하에 정부는 국민연금이 2047년을 전후로 기금이 고갈될 것을 우려, 60%인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려 했다. 이와 동시에 노후 소득보장 차원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고 2028년까지 5%에서 1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도 여야의 대통령 후보들은 모두 기초노령연금 확대를 약속하는 등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한 이후 기초노령연금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갔고 처음으로 손을 댄 게 2013년 박근혜 정부다. 박 대통령은 그 해 7월 소득 하위 70%에게 차등(월 10만~20만원) 지급하는 법안을 처리해 기초연금제도를 시행 중이다.
 
헛도는 정책에 뒤통수 맞은 노인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고령화 사회 대책과 관련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당시 공약이 현상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원론적인 수준이며, 구체성과 개혁성이 떨어지고 향후 노후보장 체제 구축보다는 선별적 복지 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한 당시 박근혜 후보가 재정과 조세개혁만으로 연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의 복지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수 4년간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으로 줄어든 세수를 감안한다면 증세 없이 정부 지출과 세금 누수 방지 등으로 연 27조원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공약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게 고령화 사회에 대한 실질적 공약과 정책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모습 역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 뿐아니라 오히려 완전히 거꾸고 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복지 관련 대선 공약 중 상당수가 폐기되었거나 축소되었고, 올해부터는 노인보호 예산 및 경로당 예산마저 대폭 삭감되었다. 이보다 더한 경우도 눈에 띈다. 지난해 5월에는 새누리당이 노인 연령 상향 조정시도를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곧이어 정부가 노인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노인연령 상향 조정에 대해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 노인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려 노인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에는 노인복지의 축소를 통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 있을 뿐만이 아니라 노인빈곤률이 49.6%(OECD 평균 12.4%)로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열악한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선거철마다 노령인구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각종 복지 공약을 남발하던 정부 여당이 노인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정부의 노인복지정책과 비교하면 어떨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태도는 참여정부의 입장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4년 2월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를 설치했고, 2005년 6월에는 이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이것은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른 변화를 예측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였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축소해 버렸고 이후 이 위원회의 역할은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의 노인 대책 역시 그들의 마음 속에 노인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노령인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왔다. 60대 이상의 노인 세대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떠받치는 실질적인 기둥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100만개 이상의 촛불로 광화문을 가득 메웠고 현 정부를 탄생시킨 콘크리트와 같은 시니어들은 결국 배신감과 참담함으로 대통령 하야와 퇴진을 외치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2017년 노인예산도 찬밥신세
박근혜정부 임기 마지막 연도 예산안에서 '노인 복지관련 예산'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대선 당시나 정부 출범 초기 강조했던 취약계층을 위한 행복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공약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정과제였던 '노인일자리사업'은 임시직 저임금으로 노인들의 실질 소득 확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장애인 부가급여 5만원 지급확대'는 내년 예산에 들어가지도 않아 공약 불이행이라는 오명까지 남기게 됐다. 
 
2017년 노인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2.8% 증가했다. 기초연금 8조961억원을 제외하면 1조4242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절대 규모의 소폭 증가에 불구하고 질적 차원에서는 후퇴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기초연금을 제외한 노인예산이 2017년 노인 1인당 20만58원으로 2016년 20만2752원보다 줄었다. 이런 감소 경향은 한 개인에게 돌아가는 예산의 축소를 의미한다. 특히 국정과제인 노인일자리사업을 보면, 전년대비 예산이 9.2% 늘었지만 이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일하는 기간이 9∼12개월에 불과하고 매달 20만원 정도의 저임금을 받아서는 실질적인 소득보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급여수준을 높이는 대신 일자리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일자리 단가를 고정시키고 있어 사실상 일자리 사업의 질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데 마땅한 수발가족이 없는 노인에게 가사돌봄을 제공하는 단기가사서비스 예산이 2016년 23억6300만원에서 2017년 6억2600만원으로 73.7%나 감소됐다. 이는 적용 대상이 줄어든 결과지만, 독거노인과 75세 이상 후기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소득층 노인이 이용할 장기요양시설 예산도 2017년 213억3700만원으로 21.2%나 감소했다. 장기요양 정책 혼선도 엿볼수 있는 예산안도 보인다.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서비스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주야간보호시설 확충을 계획 추진하고 있는데 이 예산도 줄었다.
 
노인학대예방과 학대피해노인 보호를 위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17년 30곳으로 1곳이 늘었음에도 예산은 전년도와 동일해 한 곳당 실질예산은 3.2% 줄었다. 노인단체 지원 예산도 축소됐는데, 삭감된 대부분은 6만4716곳 경로당에 냉난방비와 양곡비를 지원하기 위해 요구했던 300억6300만원이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2017년 복지예산 분석보고서에서 "2017년 노인복지 예산은 후기노인, 치매노인, 만성질환 노인의 증가와 같은 노인복지 수요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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